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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추 Jun 24. 2024

앙코르 와트 보러 가는 김에 동남아 4개국 돌아보기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필리핀 여행기(1)

 10개월 전,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시작하며 호기롭게 여행기 작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치앙마이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못한 채 방콕 입국기까지만 쓰고 무기한 중단을 하게 되었다.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치앙마이에서의 한 달이었지만, 그곳에서의 기억과 느낌이 생생히 남아있을 때 여행기를 계속 썼었더라면 하는 것 아쉬움이 여전히 크게 남아있다. 한 달 살기가 끝나고 한국에서의 일상으로 복귀한 후에도 몇 번이나 이전에 못다 쓴 여행기를 지금이라도 다시 이어서 써볼까란 생각을 해봤지만 잘 쓸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었다.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긴 해도 조금씩 늘어나는 조회수와 라이킷, 드물게 달리는 댓글들을 보며 만약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멈추지 않고 여행기를 남겨보리라 결심했다. 지난 금요일(6월 21일)부터 오늘(6월 23일)까지 이틀 동안 단 두 시간만 자고, 오늘 새벽 여섯 시 반에 부산의 자취방에서 나와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스텔에 도착해 짐을 풀기까지 17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드디어 이전의 그 결심을 실행할 기회가 왔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호스텔 1층 로비로 노트북을 들고 나와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이제 이번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왜 캄보디아인가? 꽤 오래전부터 앙코르 와트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보면 어떻게 생긴 유적이기에 캄보디아에 다녀온 사람들마다 찬양하며 돌아오는 걸까? 얼마나 대단한 유적이기에 이집트의 피라미드, 페루의 마추픽추, 중국의 만리장성 등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고대 유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걸까? 이러한 유적 자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과 어렸을 때 들었던 그 나라가 겪은 비극과 참상의 이야기가 맞물려, 캄보디아는 신비롭고 환상적이지만 가보고 싶어도 아마도 평생 밟아볼 수 없는 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이렇게 너무나도 멀고 한편으로는 무섭게 느껴졌던 캄보디아가 갑자기 다르게 보이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두 달 전 사이공 여행을 갔을 때, 우연찮게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일하러 온 사람과 잠깐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겼었다. 참 착하고 순해 보였던 그 캄보디아인은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에서 버스를 타고 사이공까지 넘어왔다고 했다. 내 편견과 달리 캄보디아는 그렇게 먼 나라가 아니었다. 나중에 지도로 확인해 보니 태국 바로 밑, 베트남 바로 왼쪽에 붙어있어 한국에서 태국과 베트남 갈 때처럼 마음만 먹으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또 캄보디아는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알던 엄청난 수의 지뢰가 나라 곳곳에 파묻힌 채 내전으로 피 흘리는 나라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게 되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동남아지만 캄보디아 방문은 여행이라기 보단 새로운 도전에 조금 더 가까운 결정이었다. 보고 싶었던 앙코르 와트도 보면서 편견도 깨고 도전도 하는, 여행지 선정으로서의 명분은 아주 그럴듯해 보였다. 이왕 이렇게 캄보디아까지 가게 된 김에 캄보디아만 보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오기엔 아쉬워서 인접국인 라오스도 둘러보고, 작년에 너무 좋았던 치앙마이에도 다시 방문했다가, 친구가 단기 어학연수로 세부에 가니 시간 되면 놀러 오라고 했던 말도 떠올라 마지막엔 세부까지 들리기로 했다.


 이번에도 별 준비 없이 단출하게 배낭 하나와 손가방 하나를 들고 방을 나섰다. 굉장히 피곤한 몸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입국 과정은 아주 순조로웠던 것 같다. 여행할 때 비자 발급이 필요한 국가를 가보는 것도 처음이고 비행기 환승 경험도 처음이어서 꽤나 긴장도 했었지만, 환승지(사이공)에서 항공기 결함 문제로 두 시간 정도 지연된 거 이외엔 내가 예습해서 알고 있던 절차대로 캄보디아에 도착했다. 캄보디아 도착 이후로도 공항에서 도착비자 바로 발급받고, 입국 심사도 간단하게 끝내고, 공항에 있는 통신사 대리점에서 현지 유심 구입해서 그랩으로 툭툭까지 불러 일사천리로 미리 예약한 프놈펜에서의 첫 숙소인 Onederz Phnom Penh 호스텔까지 도착했다.

프놈펜 공항에서 숙소까지 툭툭을 타고 이동했다. 기대했던 것만큼 신선한 경험은 아니었다.



 글쓰기 전에는 입국기를 상세하게 적으려고 했으나 막상 글 쓰다 보니 또 다른 말들이 많아져 남아있던 체력이 다 소진된 것 같다. 이런 두서없고 재미있지도 유용하지도 않은 글에도 벌써 한 시간 반가량이 소요되었다. 오늘은 프롤로그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앞으로 꾸준히 쓰다 보면 더 나아지겠지란 생각으로 첫 글은 여기서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혹시나 여기까지 다 읽은 분이 계신다면 이어지는 다음 여행기들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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