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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fille Jan 24. 2024

[영화 추천] 쥐스틴 트리에 <추락의 해부>의 매력

관점과 해석의 문제를 논하는 메타영화 레이어와 중성적인 연출 

오스카 시상식과 개봉 소식에 <추락의 해부>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다보니 자꾸 이 영화 생각을 하게 되고, 쥐스틴 트리에 팬으로써 영화도 추천하고 싶다. 난 작년에 잠시 프랑스에 들렸을 때 보게 되었고, 참 흥미롭고 대단하고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필모를 보면, 그녀가 다루는 이야기들은 여성의 자아실현에 대한 집착(인정 욕구)과 현실과 픽션의 경계(창작)에 중점을 두는 듯하다. <추락의 해부>는 여기에 남편의 의문사를 끌어와 커플의 문제와 법정물 장르를 더했다. 어떤 사건에 대한 해석과 관점의 문제로 영화는 더 복잡하고 흥미진진해졌다. 변호라는 것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거다. 그리고 어떤 정보가 전해졌고, 전해지지 않았고, 이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배치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과 관점을 낳게 될 것이다. 남편을 죽인 살인범으로 재판을 받는 산드라는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증거로 남은 그녀의 어떤 행동들은 본래 의도와 상관 없이 전혀 다른 맥락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는 자연스레 영화라는 매체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 어떤 순서로 보여줄 것인가? 결국 이걸 어떻게 해석하도록 만들 것인가?’ 안그래도 참 욕심 많고 복잡한 영화인데, 메타 영화 레이어까지 더해서 말그대로 현기증 난다. (심지어 주인공 산드라는 프랑스어를 잘 못해서 불어로 말했다가 영어로 말했다가…) 그래도 난 이 영화가 그 많은 생각들을 한 영화 속에 참 잘 엉켜놓은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영화들은 전부 난장판인 느낌.



또 좋은 건, 전작에 비해 영화가 더욱 거칠고 중성적으로 변했다는 것. 그녀의 중편과 첫 장편에서 나왔던 음악과 편집 리듬감 때문일까, 아니면 왠만해선 숨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수치스런 면모들을 까발리는 뻔뻔한 솔직함 때문일까. 난 그녀의 영화들에 다른 여성 시네아스트들에겐 없는 중성적인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 걸크러시 느낌.. 근데 지난 두 작품 (<빅토리아>, <시빌>)에선 미녀 여배우 ‘비르지니 에피라' 때문인지, 영화들이 여성적이고 섹시해져서, 뭔가 예뻐 보일려고 하는 느낌이 있었다. 특히 <시빌>에는 블링블링한 프랑스 미남 미녀 배우들(비르지니 에피라, 네일 슈나이더,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가스파르 율리엘 등) 총출동에, 영화 촬영장이라는 직업 세계, 이탈리아 스트롬볼리 섬의 여름 풍경 등 여러가지 치장이 있었던 것 같다. 반면 중성적인 얼굴의 ‘산드라'가 연기하는 <추락의 해부>에는 고요한 산장과 법정 밖에 없다. 오프닝씬과 산드라의 아들 대니얼이 치는 피아노 소리는 솔직히 좀 거슬리고, 공간과 배우들의 느낌도, 법정 증거용으로 쓰이는 비디오 화면도 모두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그리고 그 안에 추하다고 하긴 뭐하지만, 미화되지 못하고 까발려지는 안타까운 인간의 모습들은… 약간은 불편하지만, 말해져서 통쾌하다고 해야되나? (김세인 감독의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를 봤을 때랑 약간 비슷한 쾌감) 동시에 정말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추천합니다. 전 또 보러 갈겁니다!


<추락의 해부> 1월 31일 개봉








                                      https://www.instagram.com/bonne.etoil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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