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istreham>(2021), Emmanuel Carrère
<두 세계 사이에서>, 엠마뉴엘 꺄헤흐
메인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SJk1KXaPOH8
1. 요즘 극장에 프랑스 영화가 정말 많이 상영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녜스 바르다, 쥐스틴 트리에 영화 이외에 또 다른 프랑스 영화인 <두 세계 사이에서 Ouistreham>가 지난 수요일(1월 31일)에 개봉했습니다. 영화는 작가인 마리안이 노동 현실을 취재하기 위해 직접 페리 청소 노동자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마리안은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 노동을 하지만, 동료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합니다. 영화 속에서 이 두 세계는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고요. 영화는 지적인 일을 하는 마리안이 노동 현장 투입되어 그들을 발견하고 동화되며 자신의 작품도 만들어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요.
전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사회적 계층의 구분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뭘 그렇게 세상을 구분지어 바라보냐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은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에선 이러한 계층 구분 프레임이 참 당연해요. 냉정하지만 실재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이러한 프레임이 영화에 참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요.
2. 이 영화를 감독한 엠마뉴엘 꺄헤흐는 한국에선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문학상을 휩쓴 저명한 소설가에요. 특히 그의 소설 ”겨울 아이 La Classe de Neige“는 90년대 말 감독 클로드 밀러에 의해 영화화되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었고요. 사실 꺄헤흐는 90년대 초부터 시나리오 작가로 계속 작업을 해왔고, 다큐멘터리 작업도 해왔던 영화인입니다. 이번 <두 세계 사이에서>는 그의 두번째 장편 영화에요.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타인의 소설(Florence Aubenas의 ”Le quai de Ouistreham 위스트르암 부두“)을 영화화한 작품이에요. 참고로 영화 원제이기도 한 위스트르암 Ouistreham은 프랑스 북부 도시로, 영국으로 가는 페리호의 출발지입니다.
프랑스는 이렇게 소설가가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대표적으로 장 콕토 Jean Cocteau, 마거릿 뒤라 Maguerite Duras, 알랭 로브 그리예 Alain Robbe-Grillet, 조르주 페렉 Georges Perec 등이 있네요. 이들 모두 아주 독특하고 흥미로운 영화들을 만들었구요.
3. 저는 이 영화를 영화진흥위원회 프랑스 주재원으로 일하던 2021년 여름 칸 영화제에서 봤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는데에 2년 반이 걸렸네요)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영화제가 취소되었고, 2021년에도 영화제가 개최될지 안 될지 애매한 상황이었어요. 결국 기존 영화제 기간인 5월이 아닌 7월에 열리게 되었는데요, 이때 해외 출장이 까다로워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영화제가 다시 열린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행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감독 주간 Quinzaine de réalisateurs 의 개막식에 참석해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요, 영화도 물론 너무 좋았지만,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취하는 태도가 참 뭉클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만든 영화를 처음으로 관객에게 소개하고, 그들에게 박수를 받는 기분은 정말 황홀할 것 같아요. 꿈을 이룬 듯한 표정의 감독과 배우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에는 비전문배우들이 많이 출연해서… 이런 자리가 어리둥절하셨을 것 같기도 해요)
매년 칸 영화제의 초청작, 상영작들을 보면서, 맨날 비슷한 감독들만 모이는 칸 영화제가 대체 그렇게 대단해? 다 비지니스 아냐? 이런 생각도 하곤 했는데요,... 영화제에 직접 가보니, 드레스 코드도, 그 모든 격식들도 영화에 대한 커다란 존중과 예의인 것을 깨달았어요. 영화가 최고로 존중받는 정말 특별한 시공간이긴 하더라고요.
어쨌든! 프랑스의 생생한 노동 현장이 궁금하신 분들, 아니면 창작자분들 이 영화 보시면 많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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