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 reste-t-il de nos amours ?
가을에 어울리는 프랑스 노래가 참 많은데요, 고심 끝에 또 한 곡 골라서 가져와봤습니다. 바로 샤흘 트르네 Charles Trenet의 <우리의 사랑에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Que reste-t-il de nos amours ?>입니다.
지나가 버린 사랑을 회고하며, 그 아름다운 기억들이 무엇을 남겼는지 묻는 서정적인 곡인데요, 우아한 멜로디 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은 섬세한(délicat) 가사들이 정말 아름답죠.
Bonheur fané (시든 행복)
Cheveux au vent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Baisers volés (훔친 키스)
Rêves mouvants (움직이는 꿈들)
영상으로는 이 음악이 사용된 프랑수아 트뤼포의 청춘 코미디 <훔친 키스 Baisers volés>의 오프닝을 가져와 봤습니다. 1968년에 개봉한 <훔친 키스>는, 젊은 남녀의 고민과 사랑을 담은 가볍고 귀여운 영화이지만, 동시에 1968년의 격동적인 사회 변화와도 깊은 연관을 가지며, 당시 젊은 세대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오프닝 초반에 « 앙리 랑글루아의 시네마테크에 헌정된 작품이다 »라고 소개되고 있는데요. 앙리 랑글루아는 프랑스 시네마테크의 설립자로, 예술 영화 보존과 상영에 힘쓰며 프랑스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입니다. 그런데 1968년 초,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가 시네마테크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랑글루아를 해임하려 했는데요, 이에 대해 학생들과 영화인들이 거센 반발을 하며 시위를 벌이게 되죠.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누벨바그 감독들 뿐만 아니라, 찰리 채플린, 프리츠 랑 등의 국제 영화계 인사들도 목소리를 더해 해임을 규탄했습니다. <훔친 키스>의 오프닝 장면도, 앙리 랑글루아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점차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결국 랑글루아의 해임을 철회하게 됩니다.
랑글루아 해임 반대 운동은 정부의 권위에 반대하는 젊은 세대가 결집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20세기 인류문화의 근본을 바꾸었다’고 회자되는 사회적 진보의 상징, 68혁명의 전조적인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가을 노래에서 갑자기 시네마테크, 앙리 랑글루아, 68혁명으로 넘어가면서 내용이 복잡해졌는데요.. 격동의 68년, 전세계에 변화의 물결을 가져다 준 le fameux mai 68가 궁금하시다면 이번 기회에 공부해보시는 것 어떨까요? 분명 프랑스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더 잘 이해하시게 될 거에요!
(무엇보다도 <훔친 키스>를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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