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d the news from my manager
1편, 한국에서의 마지막 2주일
벌써 10개월이 지난 지금, 8월의 그날을 복기해 보면 아직도 생생하다.
1주일 간의 가족과의 휴가를 이틀 앞둔 목요일 아침,
미국 서부 시간에 맞춰서 일하느라, 새벽 4시 반에 눈을 떴다.
아직 매니저와 미팅이 30분 정도 남았기에, 슬랙 메시지를 살피고, 우연찮게 6개월 동안 함께 일한 Product 파트너의 구글 캘린더를 보았다. 오전에 앞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킥 오프 미팅이 잡혀있었다. '오, 이제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초대된 명단을 봤는데, 내 이름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뭔가 싸하다.'
그러고 나서, 내 캘린더를 봤는데 매니저와 1:1 미팅의 제목이 Important update; please prioritize this라고 바뀌어있었다. 보통 아무개/찬으로 되어있는데, 내 팀원들의 거취에 대한 내용인가 보다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시간에 맞춰서 줌 미팅에 들어갔다.
어라, 매니저 말고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네.
한국으로 오기 전, 매니저를 통해 한 차례 더 구조 조정이 있을 것이라 들었다.
리더십에서 보기에 우리 제품이 회사의 다른 제품의 매출에 도움을 크게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팬데믹 이후에 성장세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또한, 회사 내부적으로 우리 제품을 대체할, 기존의 포트폴리오 제품들과 더 연동이 잘되는 제품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우리 제품을 키울 필요가 적어졌다.
개략적으로 어느 수준에서 구조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내 팀원들 중 누구는 다른 팀으로 갈 것이고 남아있는 친구들은 어떤 프로젝트를 맡을 것이다라는 귀띔을 해줬다. 더불어, 나의 거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처음에는 다른 팀에 같은 레벨의 IC로 돌아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내가 남아 있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매니저도 그렇게 하자고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그 뒤, 매니저는 2주 동안의 휴가를 떠났고 나는 한국으로 왔다.
무언가 찜찜한 체로 새벽에 일어나 팀원들과 1:1을 했고, 무언가 영양가 없는 2주가 지나갔다. 매니저가 월요일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계획에 변경이 있는지 내가 팀원한테 언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지 등의 질문들을 남겼지만, 자기도 휴가를 다녀와서 캐치 업해야 한다며, 조만간 이야기하자고 답변해 줬다.
그러던 중, 그 주 목요일 새벽 매니저와 1:1 미팅이 잡혔다.
그녀는 내가 문제가 있는 팀원 때문에 미팅을 여러 번 했던 적 있는 인사 담당자였다. 바로 직감했다. '아, 내가 대상이구나.' 그 뒤 5분여간 매니저는 준비된 스크립트를 읽어 내려갔다. 회사 사정 때문에 내 role이 없어질 거라며, 회사 내부에 오픈 포지션이 있으면 찾아보라고 이야기하면서 마이크를 HR에게 넘겼다. HR은 언제 접속이 끊길 거며 로지스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멍하게 있었더니, 매니저가 나에게 코멘트를 하랜다.
매니저로서 너도 힘든 결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며, 그냥 고맙다고 이야기하며 마무리했다.
미팅이 끝나고 바로 내 팀원과 1:1 미팅이 있어서, 들어가려 했는데 슬랙과 이메일 연결이 다 안 되었다. 오히려 내 소식을 내가 전하지 않아서 다행인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아침에 일어나 방으로 들어온 아내에게 이 사실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어차피 이직하려고 하지 않았냐며 괜찮다는 듯 격려를 해줬다.
신기하게도 첫날은 담담하게 지나갔는데, 다음 새벽 1시에 눈이 떠졌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 맴돌았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커블러 로스의 슬픔 5단계의 부정 단계를 경험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사람을 잃은 슬픔에 비견될 바는 아니지만, 4년 동안 애착을 갖고 다녔던 회사에서 갑자기 나오게 되니 충격은 꽤나 컸다.)
그리고 켜본 노트북 슬랙에 IT가 잘못해서 접속이 끊겼다며, HR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렇게 하루 동안 못 들어갔던 회사 게시판에 들어가게 되었고,
구조조정을 알리는 공지를 보게 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