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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Oct 27. 2020

엄마는 알까

내 마음을

 나는 차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밖에 나가면 너무 좋아요. 자동차를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어느 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오셨어요. 가끔 저희를 찾아와 주셨어요. 나는 신나서 소리를 질렀어요. 손님이 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여느 때처럼 나는 집에서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갈 채비를 해요. 엄마가 저에게 옷을 입혀줘요. 마스크도 씌워 주니 나는 밖에 나가는 줄 알고 덩달아 신이 났어요.


 밖에 나가니 할아버지 차가 보였어요. 나는 차 타는 걸 좋아해서 할아버지 차를 보자마자 타고 싶어 졌어요. 할아버지가 내 마음을 아셨는지 저를 차에 태워주셨어요. '어, 이상하다?' 엄마와 아빠는 차에 타지 않았어요. 그리고 밖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것이었어요. 나도 같이 손을 흔들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달렸어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댁에 도착했어요. 엄마 아빠는 없었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았어요.


 밤이 되었어요. 그래도 엄마 아빠는 오지 않았어요. 나는 밤에 잘 때, 엄마 손을 만지며 자는 버릇이 있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손을 만져야 잠이 잘 와요. 엄마가 없어서 오늘은 외할머니 손을 만지며 잠을 자요. 엄마는 언제 오지?


 그런데 다음 날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할머니께 아기를 낳았다고 했어요. 엄마는 종종 나에게 엄마 배에 아기가 있다고 했어요.  나는 아기가 뭔지 잘 몰라요. 그냥 엄마가 보고 싶을 뿐이었어요. 할머니가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셔서 그나마 괜찮았어요.


 그렇게 며칠 밤을 할머니와 보냈어요. 가끔 아침마다 나를 밖에 데리고 나가주셨는데 오늘은 집에 간다고 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방을 싸서 들고 나왔어요. 이번에도 내가 좋아하는 차를 탔어요. 트렁크에 이것저것  실어요. 도로를 계속 달렸어요. 바깥을 내다보는 일은 내가 또 좋아하는 일이죠.


 익숙한 풍경이 보였어요. 와! 이곳은! 엄마 아빠가 나와 함께 살던 집이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집에 들어갔어요. 엄마도 내가 무척 보고 싶었는지 환하게 반겨주셨어요. 엄마, 보고 싶었어요. 아직 말은 못 하지만 나는 엄마를 다시 봐서 무척 행복했어요. 내가 놀던 곳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소리를 질렀어요.


 그런데 내가 잠을 자는 침대 위에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나처럼 눈. 코, 입이 있고 손과 발도 있었어요. 엄마와 할머니는 내게 그 꿈틀거리는 것을 가리키며 '아기', '동생'이라고 얘기했어요.


 원래는 나만 바라봐줬는데 지금은 엄마가 아기를 좀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보면 괜찮아지거든요. 그런데 내가 견디기 힘든 것이 있어요. 아기가 밥 먹는다고 할 때에요. 그때마다 엄마는 윗 옷을 벗고 아기를 안아요. '아기 밥 먹는 거야.'라고 알려주시는데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럼 나도 엄마 옆으로 가서 엄마 손을 찾아요. 어쩔 땐 주시는데 어쩔 땐 안 주세요. 그럴 땐 엄마 발을 찾아요. 아기처럼 엄마와 붙어있으려 노력해요. 그렇게 손이나 발을 만지작거리다 심심하면 엄마를 뒤에서 안아요. 아기가 빨고 있는 엄마 몸을 한 번 꾹 눌러봐요. 이것도 싫증이 나면 거실에 한번 나갔다 와요. 좀 놀다 보면 아기 밥시간이 끝나겠지? 다시 돌아와도 아기는 계속 엄마랑 붙어 있어요. 또 나는 엄마 살을 찾아요.


 아기가 밥을 다 먹었는지 엄마가 아기를 침대에 내려놓아요. 나는 이때다 싶어 바로 엄마 손을 잡아끌고 거실로 가요. 노랫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열심히 누르고 엄마를 쳐다봐요. 엄마가 노래를 따라 불러줘요. 노래가 끝나면 또 그 노래를 찾아 틀어요. 엄마가 같이 불러달라고 또 쳐다봐요.


 그런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요. 나는 엄마보다 먼저 방으로 가요. 누워 있는 아기 얼굴에 뽀뽀를 해요. 그래도 계속 울어요. 엄마가 아기를 안아줘요. 나는 다시 거실로 가자고 엄마 손을 잡아끌어요. 그런데 엄마는 계속 기다리라고 해요. 나는 기다리기를 잘 못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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