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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Dec 20. 2020

응급실 체험기(1)

둘째의 요로감염

 그렇게 다양한 모유수유템(?)을 사들이며 박차를 가하고 있던 어느 날 아침, 둘째의 기저귀 냄새가 심상치 않았다.


지린내가 심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기저귀를 가는데 기저귀에 빨간 무엇인가가 묻어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오래 놔둬도 색깔이 새빨간색이면 피가 아니라 요산이라고 했다. 인터넷 상의 정보를 믿고 무심하게 기저귀가 보내는 신호를 지나쳤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 모유수유를 위해 아이를 안았는데 평소보다 뜨거웠다.


'아침이라 좀 뜨거운가?'


 몇 시간 뒤, 남편이 보더니 열이 나는 것 같다며 체온계로 체온을 쟀다. 38도 가까이 되었다. 깜짝 놀란 나는 열이 나니 병원을 가보자고 했지만 남편은 조금 더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도,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그대로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는 주말에 늦은 오후까지 하는 병원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문을 연 병원이 있었고 우리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가서 해열제를 처방받고 복용하면 괜찮아질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진료를 보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100일 이전의 아이가 열이 나는 건 심상치 않은 신호입니다. 과해서 나쁠 거 없으니 소견서 들고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가 보세요.


 '아니,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겁이 난 우리는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곧장 근처 대학 병원으로 달려갔다. 첫째를 비롯하여 모든 식구들에게 응급실은 낯선 곳이었다. 둘째 덕(?)에 응급실을 경험했다. 코로나19로 보호자는 한 명밖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남편은 첫째와 집으로 돌아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오기로 했다. 둘째와 나는 안내에 따라 접수 후, 응급실에 들어갔다. 소아 전용 응급실로 격리되어 잠시 대기를 하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검사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셨다.


"피를 뽑고 소변을 받아서 무엇 때문에 열이 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소아과 담당 선생님께서 오실 겁니다. 검사 결과는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그때 시각이 오후 6시 반이었다. 생각보다는 소요 시간이 길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검사 결과가 괜찮다면 오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채혈을 위해 간호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런데 웬걸. 둘째의 혈관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간호사 선생님만 다섯 분이 다녀가셨고 그 사이 둘째는 주사 바늘에 4번이나 찔려야 했다. 어리지만 어디서든 방긋방긋 잘 웃어주고 순하던 둘째였는데 바늘에 여러 번 찔리니 다른 사람이 자기 몸을 잡기만 해도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애가 탔다. 결국 마지막 선생님께서 어렵게 발목 안쪽에서 혈관을 찾아 피를 뽑을 수 있었다.


 옆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더 안타까웠다. 둘째가 아픈 게 엄마인 내 탓인 것 같아 정말 미안했다.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말씀드리니 친정 엄마는 젖병 소독도 제대로 안 하고 관리를 잘 못해줘서 그런 거 아니냐며 나를 나무랐다. 그 꾸지람에 나는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결과를 기다리는데 소아과 선생님께서 오셨다. 피에서 염증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말씀해주셨다. 입원을 해야 한단다. 그리고 소변에서 세균이 검출되었다고 했다. 보통 이 맘 때의 아이들이 열이 나서 찾아오면 거의 요로 감염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아차 싶었다.


 '기저귀에서 빨간 피를 보았을 때 병원에 갈 걸...'


 선생님께서는 뇌수막염일 수도 있으니 마지막으로 척수를 뽑아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만의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검사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기에 나는 동의를 했다. 남편이 때마침 짐을 가져왔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둘째가 걱정되어 짐을 받고 얼른 응급실로 들어왔는데 둘째의 울음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몇 분이 흘렀을까... 땀에 흠뻑 젖은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눈대중으로 100cc는 돼 보이는 통 두 개를 손에 들고 나오셨다.


 지금부터 2시간 동안 수유를 하셔도 안 되고 가만히 누워있어야 합니다. 척수를 뽑았기 때문에 최대한 등을 바닥에 붙이고 누워있게 해 주세요.



  나는 그저 옆에서 둘째가 잘 잠들 수 있게 토닥여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어느덧 10시 반이 되었고 배가 고팠는지 둘째도 일어났다. 재수유를 시도 중이었기에 먼저 직수를 하고 90ml 정도를 보충했다.


 코로나19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가 나오면 일반 병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다음 날 점심때까지 나올 수 없다는 말에 편의점에 가서 간단히 먹을 음식과 물을 샀다. 자정쯤 되었을 때 우리는 격리 병실을 배정받아 그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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