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헬스장/치료 센터 관계자들이 싫어합니다
아들이 말을 구사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단어 정도밖에 말하지 못하는 아들이 걱정된 나는, 이곳저곳 수소문한 병원을 찾아가 아이의 상태를 진단해 보았다. 우리가 찾아갔던 두 군데 병원 모두 아들이 언어 치료와 수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A와 B병원 중 B병원을 선택하였다.
B병원에서 진행하는 수업이 회당 10만 원 꼴이었지만, 아들이 말만 잘할 수 있다면 그 정도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전에 병원을 물색할 당시, 꼭 이 병원을 다니면 우리 아들이 금방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터무니없는 금액이 아니라면 얼른 결제해서 병원과 연계된 언어 치료 센터를 다니고 싶었다. B병원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으니, 나에게 수업 10회와 20회 코스를 제안했다.
“부가세는 별도에 10회는 10프로 할인이 들어가고, 20회는 20프로 할인이 들어갑니다.”
나는 이왕 다니기로 마음먹은 거, 꾸준히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20회를 과감히 결제했다. 그러나 이것이 이후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든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집과 병원 사이의 거리는 왕복 150km 이상이었다. 부모님이 가끔 올라와서 도와주시긴 했지만 매주 두 번씩 편도 1시간 반 이상의 거리를 다닌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아들의 수업 거부 사태였다. 아들은 담당 선생님과의 첫 만남에서 엄마로부터 강제로 분리되는 경험을 한 이후로, 10번의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선생님께 적응하지 못했다. 부모가 같이 수업을 참관하는 그 잠시 동안에 겨우 수업이 이루어졌다. 나중에는 급기야 선생님을 보면 극도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미 수업은 절반이나 진행이 되었기에 환불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우리가 중도에 수업을 포기하고 환불을 받는다 하더라도 아이 초기 진단 비용, 부모 코칭 교육 비용 등이 공제된 후, 환불이 되어 결과적으로 손해인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억지로 이 수업을 끌고 가는 것이 더 손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현재 아이 상황에 대해 담당 선생님 그리고 원장 선생님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종적으로 센터장과 상담하여,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업 대신 다른 수업으로의 전환을 약속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가 원하던 수업은 아니었지만, 아이 대신 집에서 부모가 받을 수 있는 원격 코칭 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내가 만약 처음부터 한꺼번에 결제를 하지 않고 조금 더 적은 횟수를 선택했거나, 일일 체험을 한 후, 수업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아이와 맞지 않았다고 판단이 들었을 때 바로 시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돈 쓰는 것이 아깝지 않은 사람들은 예외이다. 하지만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몇 백만 원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다. 사전 경험 없이 단순 상담만으로 꾸준히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눈 앞에 보이는 큰 할인율에 급급하여 20회를 한꺼번에 결제했다.
이러한 일들은 비단 발달 센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헬스장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헬스장은 1개월, 3개월, 6개월, 심지어 12개월 단위의 회원권을 판매한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할인율은 올라간다. 사람들은 이 할인율만 생각하고 무작정 긴 기간을 결제한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는 당연히 길게 결제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절대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홀딩 기간을 준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긴 기간의 회원권을 결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정말 자기 스스로 성실한 타입이라 자부하면 모를까, 웬만한 사람들은 헬스장에 의도치 않은 회원비를 기부하는 호구가 된다.
나처럼 기간이 길어질수록 혹은 횟수가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할인율에 속아 30회를 일시 결제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자. 자영업자들이 그러한 할인을 해주는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선 오히려 이득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번 또는 짧은 기간을 경험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훨씬 이득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