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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Apr 16. 2021

둘째의 응급실 체험기(2)

요로감염으로 입원하다

 응급실 담당 소아과 의사 선생님께서는 여러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대표적으로 다음 세 가지 ‘피, 척수, 소변’을 받아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척수액의 경우에는 혹시 뇌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확인 차 뽑는 것이라고 하셨다.


 응급실에서의 이 모든 과정은 100일도 안 된 아기에게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일이었다.


 맨 처음 채혈을 시도했다. 처음 응급실에 누워 있을 때는 미소도 보이며 잘 놀던 아이가 피를 뽑기 위해 바늘이 들어가자 고통스러운 듯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어려서 혈관을 찾을 수 없자 여러 간호 선생님들이 손목, 손등, 발등, 발목 등 이곳저곳을 바늘로 찔렀다. 그때마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 조차도 고통스러웠다. 혈관을 찾는 데만 1시간 정도를 씨름했을까. 조금 더 경력이 있는 간호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제야 겨우 안쪽 발목에서 혈관을 찾아 바늘을 꽂고, 채혈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채혈은 나머지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원래는 소변을 보면 소변 주머니에 모인 것을 그대로 사용 가능했지만, 둘째가 소변을 보지 않아 소변 줄을 이용해 직접 뽑는다고 했다. 거기에 척수액은 등 뒤 바늘로 빼는 거라고 알려주시며 동의서를 작성하는데 엄마로서 무척 걱정되었다. 그때 마침 남편이 짐을 가져왔다며 연락이 왔다. 그 사이, 둘째는 홀로 의사 선생님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걱정이 된 나머지 짐을 받자마자 다시 응급실로 달려들어갔다. 그러나 둘째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 외에는 나는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1시간 같은 10분이 흐른 뒤, 땀을 뻘뻘 흘리시며 큰 주사기 용량의 척수액을 들고 서 있는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방 안에서의 상황을 잘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작은 아기에게서 저렇게나 많은 양의 척수액을 뽑았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모든 게 다 잘 끝났다며 대신 아이를 2시간 동안 일으켜 세우지 말고 계속 누워있을 수 있게 하라고 하셨다. 척수액이 뽑힌 아들은 매우 지쳐 보였다. 


‘열이 오르기 전, 조금만 더 유심히 아들을 관찰했다면 대학병원 입원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이 모든 것이 내 탓인 것만 같아 너무 미안했다. 격리 병동으로 안내받기 전까지 응급실에 있으며 곤히 잠든 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더 마음이 아팠다. 100일도 안 된 아들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건 무지한 엄마 탓이라고 자책했다. 둘째의 입원으로 강제로 생이별한 첫째 역시 머릿속에 떠오르며, 첫째에게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 간호사가 왔고,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격리 병동으로 이동했다. 입구처럼 보이는 문 여러 개를 통과하자 우리가 머물 격리 병동이 나왔다. 격리 병동에 도착한 후, 잠든 아들을 내려두고 첫 소아과 방문 7시간이 지나서야 나의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아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신음을 내며 덜덜 떠는 모습에 깜짝 놀라 간호사를 호출했다. 간호사는 열이 있어 그런 것이라며 해열제를 처방해주었다. 다행히 해열제 복용 후, 열이 떨어지면서 아들은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오셨다. 세균 배양 검사 결과 아들이 열이 난 이유는 대장균에 의한 요로감염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대장균이라니. 일전에 변을 살짝 지린 아들을 두 번 정도 물티슈로만 닦아준 적이 있었는데 그러한 이유들로 아들이 요로감염에 걸린 것 같아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자책하실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아기들은 아직 요도가 짧아서 균이 올라와 감염될 확률이 높아요. 엄마 탓이 아니에요.”  


 이렇게 위로해주시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아무리 급해도 절대 물티슈로 배변 처리를 하지 않고 무조건 물로 깨끗이 씻길 것을 다짐하며아들의 코로나 음성 결과 확인 후, 오후 1시쯤에 일반 병동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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