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윤 Mar 23. 2023

내가 중산층이 아니라고?

휴직과 동시에 대한민국 하층민이 되다

 오늘 남편과의 대화 중 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게 되었다. 난 당연히 중산층이라고 생각을 했으나, 남편은 우리는 하위층이라며 바로 나를 반박했다.


우리는 하층민이야. 중산층이 아니야. 하루 벌어 하루 살잖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자신이 중산층인 줄 알고 산다는데.

그 말을 들은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고 속으로 남편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다, 중산층의 기준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져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다.



세계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중산층의 절대적 기준은 없다. 한국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쓰는 중위 소득(전체 국민을 소득 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 기준이 널리 이용된다. OECD는 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퍼센트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50퍼센트 미만은 빈곤층, 150퍼센트 이상은 상류층이다. 2011년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중위 소득은 가구원 수와 관계없이 세전 월 350만 원으로, 월 소득이 175~525만 원 구간에 있는 가구가 중산층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중산층 기준 (트렌드 지식사전, 2013. 8. 5., 김환표)




위는 2013년 기준이라,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중산층 기준(100%)을 다시 검색해 봤다.


정말이었다. 수치 상으로만 놓고 봤을 때 우리는 중간 이하의 삶에 속하게 되었다. 검색 결과를 확인 후, 나는 우리가 중산층이 아닌 것을 인정하고 남편에게 꼬리를 내렸다. 갑자기 씁쓸한 마음이 몰려왔다. 4인 가구가 중간 지점에 도달하려면 대기업 제외하고 평범한 직장인들은 무조건 맞벌이를 해야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었다. 나의 휴직과 동시에 우리는 졸지에 하층민으로 전락하였다. 그렇다. 돈이 기준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하층이 되었다.



* 자본주의 : 자본주의(資本主義 / Capitalism)는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개인이 가지는 자유의지에 반하거나 법률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양도 불가능한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사회 구성체 또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다. 즉, 자본을 굴려서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체제라는 뜻이다.(출처 : 나무위키)


© sharonmccutcheon, 출처 Unsplash


 자본주의의 이념 아래 사는 우리는 '돈' 즉, 자본의 규모에 따라 계급을 나누고 있다. 나는 오늘 우연히 중산층의 기준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이 기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계급을 나누고 서열화를 하는 것. 갑자기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심이 생겼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돈의 노예가 되어 아직 도달하지도 않은 막연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과연 돈이 많아야만 할까? 이러한 생각은 누가 주입하기 시작한 것일까?



 13세기 이탈리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설과 산업혁명 이후라고 보는 설 등 다양하지만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긍정적인 면들도 존재하지만, 감히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나머지 사람들은 노예처럼 혹은 월급이라는 마약으로 사람을 기계 부품화하여 적당히 안주하며 살게 하는 부작용을 유발했음이 분명하다. 돈이 이끌어낸 인간의 욕망으로 자연의 입장이 아닌, 인간 입장에서 눈부신 발전을 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이러한 발전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는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 StarGladeVintage, 출처 Pixabay


 모든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다 갈 자유가 있지만 우리가 돈의 노예가 된 이상, 돈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는 이상적인 삶이란 없다. 돈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돈을 가장 중점적인 가치에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노력한다. 나 역시 어렸을 적 장래희망은 화가, 성악가였다.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장래희망은 희망일 뿐이었다. 현실에서도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보수나 안정성 등을 생각하며 현실을 따라가는 것이 부지기수다.


 이 글을 쓰며 불현듯 육아 휴직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어린 자녀들을 키우며 어쩔 수 없이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복직으로 내몰리게 되는 부모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이해가 되었다. 꼭 돈이 목표는 아니더라도 커리어를 쌓고 자아실현을 위해 경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들이 많다. 경력 단절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본다면 결국은 돈이 빠질 수는 없다.


 대체 언제부터 우리가 경력단절을 걱정하며 우리 아이들을 부모 없는 공간에 내몰리게 만드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일까. 원시시대에는 지금과 다른 불편한 점들은 있었어도 (공동 육아를 포함하여) 자식을 직접 기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권리는 보존되었을 텐데 말이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하면 정신을 차리고 분명한 나 자신을 온전히 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때이다.






내가 현재까지 생각해 낸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업데이트 예정)

1. 이왕 자본주의 시대에 태어난 이상 돈 많은 부자가 되어 본다.(1000억 정도) : 이는 극소수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운도 함께 따라줘야 한다.

2. 자본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 살며 그 와중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생각해 본다.

3. 안정적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이어가며 원대한 포부는 다음 생을 기약한다.




#중산층 #자본주의 #중위소득






매거진의 이전글 할인율에 속아 30회를 일시 결제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