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어려운 사람의 고민
연애는 너무나도 어렵다. 누군가를 만나서 시작하는 것은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서른이 넘었지만, 여전히 연애는 나에게 어려운 숙제이다. 적정한 연애의 시점은 언제일까. 작고 가벼운 호감만 있으면 시작해도 되는 것일까. 그럼 스킨십은 언제부터 하면 적당한 걸까. 사귀기 전에 해야 할까. 사귀고 나서 해야 하는 걸까.
여전히 정답을 몰라 헤매고 있다.
이전에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표하고, 반응을 보고 듣고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나에게 설렘을 주었다. 그리고 개방적인 편인지 스킨십하는 것에도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솔직히 말하자면, 입을 맞추고 싶으면 맞추고, 손을 잡고 싶으면 크게 생각 안 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거침없이 행동을 하는 나름 쿨한 여성이었다.
그런데 여러 번 나를 너무나도 가볍게 대하는 사람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쌓이고 쌓여, 더 이상 감당이 안될 정도로 곪아 터져 버린 것이다.
소위 말하면 썸을 탔던 몇 명은 어처구니가 없게도 나를 파트너인 양 대하려 했다. 스킨십은 하고 싶지만 어떠한 관계 정의도하고 싶지 않아 하는 그 자식. 그런 자식이 한 두 놈이어야 나도 쿨하게 넘길 수도 있을 텐데 만나는 족족 나란 사람의 내면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떻게 하면 얘랑 스킨십을 할까 하는 태도가 여실히 들어 나는 사람들뿐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이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그저 나한테 호감이 있구나. 나도 그를 알아가 볼까. 나도 마음을 열어볼까. 나에게도 봄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상대는 사귀는 것에 대한 무게감도, 진중함도 전혀 없이 아주 작은 호감 한 조각으로 나의 일상에 들어오더라.
내가 생각하는 연애는 그렇다.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소중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다. 행복하기만 할 수도 없고, 좋은 점만 볼 수도 없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율해 가면서 서로의 단점에도 여유를 갖고 기다려 줄줄 아는 것. 진득하니 상대를 이해해 가며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내 주변을 얼쩡거리던 다수의 사람들은 단순히 나의 외적인 모습이라던가, 나를 즐거운 시간만을 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가벼운 데이트메이트, 자신의 말에 웃어주고 리액션해 주는 키링. 정도로만 나를 여기더라.
그래서 진중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살이 맞닿는 포근한 스킨십을 나도 좋아하지만 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진중함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딱히 보수적인 편도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손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스킨십은 관계가 정립된 후에 하고 싶었고, 잠자리를 갖는 것은 서로 간의 신뢰가 좀 더 깊게 확인되었을 때 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나를 이 시대의 선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잠자리를 갖고 스킨십을 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더 키워나갈 수도 있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진도가 조금 늦어진다고 감정을 못 키워나갈 사람이라면, 사귄다는 것이 뭔가 모순인 것 아닌가 하는 감정도 들었다.
감정적 교류만으로도, 가볍게 손을 잡고 뽀뽀를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감정은 키워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서로를 알아가고, 내면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 같은데 왜 그건 뒷전이고 순간의 흥분과 욕구로 발생하는 스킨십은 왜 다들 서두르려 하는 걸까.
5G로 잠자리를 갖는 요즘 남녀들의 연애 진도 속도에 선비는 적응이 안 되기도, 지치기도 한다. 대다수가 저렇다면 나는 앞으로 연애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가벼운 호감만으로도 누군가와 스킨십을 하고 쉽게 사람과 사귀는 사이가 되어야 하는 걸까.
서른 된 나에게 연애는 너무나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