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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Nov 12. 2023

추운 겨울의 초입에서 요나고에서의 기록

비가 오는 돗토리현 여행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요나고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있다. 환기가 필요했고, 소도시도 여행하고 싶어서 요나고라는 도시를 고르게 되었는데, 공항에 발을 디디기 전만 해도 이렇게 깡시골일 줄 몰랐다.


약 14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돗토리현의 시골마을 요나고. 이번 여행은 정말 즉흥적이고 계획 없이 흘러갔다. 일단 공항에 내리자마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산을 샀는데, 기차에서 내릴 때 우산을 두고 내렸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우비를 쓰고 비에 온몸을 맡긴 채 돌아다녔다.


옷을 세벌 들고 갔다. 얇은 크롭 긴팔 2벌, 반팔 하나. 기온이 영상 15도 정도 된다 하여 마음 놓고 긴팔에 우비나 걸쳐 입고 다니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바람도 태풍 수준이라 너무나도 추워서 벌벌 떨면서 다녔다. 이틀 내내 긴팔 두 개를 껴입고, 바지도 반바지만 들고 와서 반바지를 입고 다니니 감기 안 걸린 게 신기하다.


비가 하루종일 계속 내리니까 관광명소 구경도 흥미가 떨어져서 온종일 카페나 맛집 탐방을 했다. 평소에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가이세키 식당 위주로 다녔다. 그리고 기차를 정말 많이 탔다.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을 3일, 3만 원에 무제한으로 오갈 수 있는 레일 패스를 샀다. 기차에 타서 에어팟으로 노래를 들으며, 틈틈이 글을 썼다.


요즘 마음이 싱숭해서인지, 쓰고 싶은 말이 많았다. 날씨도 우중충해서 괜스레 마음이 차갑게 내려앉는다. 요나고에서 숙소가 있는 돗토리까지 기차를 타고 갔고, 다음날에는 돗토리 사구와 코난 박물관을 구경하고, 구라요시라는 고즈넉한 동네와 마쓰에성이 있는 마쓰에까지 구경했다. 다시 돗토리로 늦은 밤 돌아와 동네 목욕탕에서 뜨끈한 온천수를 즐기고 숙소 침대에 몸을 뉘이고 뒹굴거리는 중이다.


추운 날씨와 마음의 상처로 뼛속까지 시리던 겨울의 초입이었다. 시골마을이라 늦은 밤이 되면 할 게 거의 없어서 10시면 숙소에 들어와서 다음날 어디 갈지 열심히 물색했다. 너무 추워서 요나고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오래간만에 한껏 청승 떨며 글로 힘든 마음을 쏟아낼 수 있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여행을 하다 보니 감성에 젖기도 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글을 읽고 싶어지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인스타그램 글쟁이 @writeyolife 님의 피드에서 퍼온 사진이다. 기억에 남는 문구들이 내 마음속에 둥실둥실 떠다녀서, 오래오래 기억하며 간직하고 싶다.


이상하지.

이토록 춥고, 몸은 시린데

마음은 왜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할까.



마음이 좁아지게 내버려 두지 말자.

상처를 받았다 해서, 마음을 걸어 잠그지 말자.

이쯤 되면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고장 나 버렸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다정을 주고받는 일이 좋다.



무기력하다고 나를 방치하지 않는다.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안 내킨다는 이유로 미루지 않는다.


나를 방치할수록 무기력함은 더욱 심해진다.

무기력에 잠식되지 않도록 정성스레 스스로를 돌보자.



나는 누가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으며, 누가 나를 비난한다고 해서 더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다. 나는 진정한 내가 되고 싶을 뿐이다.


주변 소음에 귀 기울이지 않기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멋들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아픈 구석, 곪은 구석들은 숨기고만 싶었다. 나를 숨기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졌다.


사람은 모두 불완전하다. 잠시 찾아오는 감기처럼 아플 때도 있는 법이기에, 아픔을 애써 감추지 말자. 스스로를 자책하며 안절부절못하고 후회하지 말자. 고작 그 말과 행동에 떠날 사람이었으면, 그러지 않았더라도 끝날 관계이기 때문이다. 무수한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말자.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자기를 잘 사랑하는 인간을 좋아해요.


아픔을 알아주고, 안아줄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주자.

사랑을 믿게 만들어 주는 사람에게 충실하자.

툭툭 건드는 호기심에 넘어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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