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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Mar 04. 2024

사람에 대한 기대

우연히 만나는 존재들에 대해

때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인연이라고 할까

뭐, 어깨만 스쳐도 수많은 사람 중

나를 만나고 지나친 거니 인연이라 생각해 왔다


만 30년을 살아오며 나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쏟았고 그만큼 내 전부를 보여주려 했고

기대를 많이 걸었었다.


내가 준 만큼 받고 싶었고, 내가 보여주는 만큼

그들도 나에게 보여주고 나를 소중히 여겨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각자의 성향과 친함의 정도가 있다. 아무리 친해도, 확실하게 거절하는 사람, 아무리 친해도 오픈하지 않아야 할 선이 뚜렷한 사람.


난 그 어느 누구도 아니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성에 사는 사람과 마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성을 높이 쌓고, 마음을 꽁꽁 잠그거나, 마을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고 집에서는 마음을 지키는 사람들.


나는 마을에 유랑하는 노숙자였다. 돗자리 하나 들고 다니며 공원에서 자고, 내 마음을 함부로 주고, 함부로 기대하고, 함부로 친해지고, 모든 걸 쏟아내는 사람.


한 번 본 사람에게도 진실되게 나의 전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지켜지지가 않더라.

상처도 많이 받게 되고, 거절도 제대로 못해서 피해를 보기도 하고, 웃는 얼굴 뒷면에서는 울고 있었다.


그래서 뚜렷하고 확고하게 거절할 줄 알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최근에 본받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정말 멋진 사람이고, 때로는 배려심이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지금의 내가 배워야 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행동이 자신에게 불편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말로써 전달하고, 그럼에도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하고,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참으로 본받고 싶다.


삶에 굴곡이 많은 것도, 그럼에도 당당하게 나지막하게 상처를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웃으면서 시니컬하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본인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자기 자신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 것. 그것을 정말 본받고 싶다.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에.


너란 사람이 빛나보여.

요즘의 나는 자신감이 없어. 무기력하고, 뭘 해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한가득이야. 그렇기에 너의 모습이 멋지고 부러워. 때로는 존경해. 그러니까 나도 더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볼게. 나도 용기를 내야지. 나도 할 수 있을 거니까. 내가 빛나게 된다면, 타인도 나의 빛나는 모습을 알아봐 줄 테니까.


네 곁에서 거리를 두고, 나는 묵묵히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며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갈게. 나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줘서 정말 고마워. 많이 친해지고 싶어. 배우고 싶어.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러나 나는 거리를 두고, 이 자리에서 내 길을 꾸준히 걸어 나가볼게.


자주는 아니더라도, 때때로 내가 가끔이나마 생각이 난다면, 나에게 근황을 들려줘. 난 너의 일상이 궁금하니까.


오늘도 이렇게 수취인 불명의 편지를 써.

전해지지 못할 것을 알기에 더욱 진솔하게 쓸 수 있는 글이야. 보고 싶은 마음을 잔뜩 담아 글자를 꾹꾹 써 내려가며 내 마음을 비워내려고 해.


사람에게 기대 안 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

내가 준걸 돌려받으려 하지 않는 마음가짐도 함께 배워나가는 중이야. 나는 너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그저 멀리서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줄게. 그걸로 충분해.


고마운 사람아.

너를 알게 되어. 난 또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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