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헤는나무 Jan 18. 2021

나를 나 답게 하는 것.

당신 답지 않은데?

오늘의 글쓰기 주제는 '나를 나 답게 하는 것'이다.

어떤 생각이 스치듯 머리에 떠오르면, 글로 써봐야겠다 생각하곤 금세 잊는다.

메모를 해 놔도 순간의 기억처럼 선명하지 않기에 생각에 그칠 때가 많다.

가장 자주 스치듯 떠오르는 것이 '나는? 나 다운 것은?'이다.




퇴근한 남편이 새우장을 가져왔다.

새우 세 마리를 담아 밥 상위에 올려놨다.

내가 먼저 맛을 보았다.

"해물이라 그런지 비린 맛이 좀 있는데? 간장게장 하고는 좀 다른가 봐."

내 말에 남편도 맛을 본다.

"하나도 안 비린데? 맛있는데?"

그 말에 딸아이가 껍질을 까서 맛을 본다.

"으~ 맛이 너무 이상해. 비린 맛이 심한데."

남편이 다시 맛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가 비려. 맛있고만."



"당신 답지 않은데?"

남편의 말에 나는 평소 남편 같지 않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남편은 비린맛에 예민하다. 시어머님이 해물이 싫어하셔서 어려서는 먹질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성인이 돼서 생선을 접했고, 낚시를 시작하며 선호하게 되었다.


몇 안 되는 식구임에도 식성이 제각각이다.

남편과 딸아이는 참치 통조림을 좋아한다.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고추장에 비벼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한다.

반면 나는 김치찌개에나 넣을까, 통조림 그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결혼 초 몸살로 고생한 적이 있다. 남편은 몸이 아플 땐 소불고기라며 소고기를 사 왔다. 죽도 아니고 불고기라니 어이가 없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불고기를 요리를 할 줄 모르니, 요리는 나보고 하란다.

이렇게 식성이 달랐던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솥밥을 먹으며, 아니 가족이 좋아하는 밥상을 차리며 조금씩 비슷해졌다.




비린 음식을 못 먹는 남편이 새우장을 맛있게 먹고,

육식을 선호하지 않던 나는 고기를 먹어야 한 끼가 든든하다.

식성이 변하는 것처럼 '나 다운 것'도 변한다.


식습관, 가치관, 욕구, 사고방식, 말투 등 나를 둘러싼 것이 '나 다움'이라면 이것들은 변할 수밖에 없다.

만나는 사람이 바뀌고, 환경도 바뀐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대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딸, 아내, 엄마라는 역할

나이, 직업, 사는 곳, 건강, 재산

환경과 역할, 사회적 조건에서 페르소나를 바꿔가며 생활하고 있고, 이 모든 것이 '나'이다.


B형

MBTI ESFP유형

에니어그램 2번 가슴형

DISC 행동유형 I형(사교형)


나를 특징짓는 성격검사를 통해 나란 사람을 더 잘 알 수 있을까 싶어 심리검사도 해봤다.

때로는 이 것들이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엑스레이 촬영처럼 '나'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순 없었다.


나를 나 답게 하는 것은 때마다 다르다.

식후 아메리카노 한 잔과 일을 시작했으나 이제는 커피를 많이 마시면 불편하다.

클래식은 거리가 먼 음악이었지만 어느새 쇼팽의 연주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되었다.


지금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가장 나 다운 모습일 것이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면 그것은 나를 만드는 시간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