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버스가 늦게 왔으면...

좋은 시 감상

by 소담

귀대-도종환


시외버스터미널 나무 의자에

군복을 입은 파르스름한 아들과

중년의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꽂고

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

버스가 오고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고 치에 오르고 나면

혼자 서 있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아들도

어서 들어가라고 말할 사람이

저거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도

오래오래 스산할 것이다.

중간에 끊긴 음악처럼 정처 없을 것이다

버스가 강원도 깊숙이 들어가는 동안

그 노래가 내내 가슴에 사무칠 것이다

곧 눈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흐릿한 하늘 아래

말없이 노래를 듣고있는 두사람



매일 아침 클래식FM 채널의 '출발FM과 함께'란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다. 진행자인 이재후 아나운서의 사려 깊되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코멘트들을 듣고 있으면, 분주한 아침이지만 작은 여유를 발견하곤 한다. 이재후 님이 소개해주신 도종환 시인의 '귀대'에, 오늘 아침 마음 한켠이 시렸다. 버스가 조금 늦게 도착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소월의 시 "먼 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