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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나래 Jan 22. 2024

옥합을 깨트린 마리아

한번은 문둥병자였던 시몬이 잔치를 열었다. 문둥병이 확실히 다 나았다는 증거이다. 어느 정도 완쾌되어 가는 중이 아니라 완벽하게 나았음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잔치를 준비했다. 예수님과 제자들을 위한 이 잔치에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그들은 궁금해서 참석을 아니할 수 없었다. 문둥병을 고쳐 주신 분이 오신다니 게다가 죽었던 사람을 살리신 분과 다시 살아난 나사로가 온다니 사람들은 잔치에 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예수님의 좌우에는 불치의 병인 문둥병에서 완벽하게 고침 받은 사람 시몬과 죽음으로부터 살아난 사람의 믿기지 않는 현실을 보여 주는 나사로가 좌청룡 우백호처럼 앉아있었다. 이 광경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이것을 호기심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그들은 각자가 받은 은혜를 찬양하고 증언했다. 문둥병에서 고침 받은 시몬은 깨끗해진 그의 외모를 통해서 증언했으며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나사로는 현재 살아 숨 쉬는 그의 삶을 통해 증언했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의 간증이 있다. 예수님을 위해 고가의 향유옥합을 아낌없이 깨트렸던 여인의 이야기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머리와 발에 붓고 눈물로 발을 적시고 머리털로 발을 씻긴 이 향유는 나드였다. 나드는 인도산 식물로써 주로 뿌리에서 향유를 추출한다고 한다. 향유의 추출이 어려운 만큼 귀하게 취급되었다. 매우 값진 것이었다. 나드향유는 그 당시 시세로 노동자의 1년 치 월급을 웃도는 300데나리온이었다. 지금으로 보면 아마도 직장인의 1년 평균 연봉인 3,000만 원 언저리의 금액이었던 것 같다. 선뜻 깨트릴 수 없는, 오히려 깨질세라 애지중지할 고가의 물품이었다.

여기에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의 의견이 또 분분하다. 그것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허비하였다며 그 헌신의 행위를 낭비로 몰아갔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은 그리하지 못하면서도 다른 이의 헌신을 삐죽거리며 비난한다. 그것은 질투인가, 부러움인가, 사명에 대한 방해인가?

밀랍으로 봉해진 옥합은 깨어져야 향기가 났다. 마리아는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예수님의 발아래서 옥합을 깨트렸다. 가진 모든 것을 그분의 발아래 내려놓고, 쏟아붓고, 눈물로써 돌아가시기 전 아직 예수님의 심장이 따뜻하게 뛰고 있을 때 마음을 전했다. 진심으로 헌신하는 이 땅의 모든 마리아를 향해 비록 내 기준과는 방법이 다소 다를지라도 기꺼이 마음을 열어 응원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귀중한 선물들을 죽은 자를 위하여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차디차고 말없는 시체 주위에 둘러서서 거리낌 없이 사랑의 말들을 한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자비와 감사와 애착 등의 말들을 아낌없이 쏟아 놓는다. 피로한 심령이 그것들을 매우 필요로 할 때에, 귀가 들을 수 있고 마음이 느낄 수 있을 때에 이와 같은 말을 하였더라면 그 언행의 향기는 얼마나 값진 것이 되었을까! (DA, 562)


마리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장 귀한 것을 쏟아부음으로 예수께 영광을 돌렸다. 머지않아 십자가에 달리시어 인류의 질고를 짊어지실 그분의 무거운 어깨와 그분이 홀로 걸어가실 무섭고도 외로운 죽음의 길을 위해 위로를 드린 것이다. 마리아의 이 대담한 행동은 사실 마리아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있었던 그 향유는 예수께서 돌아가신 다음 구주의 시신을 위해 준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돌발적인 행동으로 예수님은 무섭고 외로운 죽음의 길에서 잠시나마 위로가 될 추억 하나를 간직하실 수 있었다. 마리아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성령의 감화에 젖어 순종하였기 때문이다. 성령의 강권하심에 자신을 맡기는 삶에는 때때로 돌발적인 상황으로 보일지 모르나 계획된 순종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누군가가 내 기준 이상으로 헌신하고 있다면 비난의 말보다는 오히려 격려의 말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사람들이라 다소 어려울 테지만 이 또한 성령의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다. 다만 성령이 나를 제어할 수 있도록 내 인생의 열쇠는 반드시 그분께 맡겨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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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위의 책에 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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