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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팔룡 Jan 05. 2023

무료로 15박 16일 중국여행 다녀오기

사고로 갈비뼈를 다쳤다. 입원한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 꼼짝하기도 어려운 상황. 하지만 나는 중국으로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외국의 거리를 걷고 호텔에 투숙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였고 그들의 글과 말, 그들의 문화 속으로 침잠해본다면 그것은 세인들이 말하는 여행보다 대륙 쪽으로 더욱 깊이 걸어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애초에 내가 중국에 큰 관심을 가졌던가? 그렇지는 않다. 현지인과 비즈니스를 할 것도 아니고 중국어를 빨리 공부해야 할 필요성도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중국으로 문화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덩리쥔이었다. 덩리쥔의 노래에 푹 빠졌다. ‘月亮代表我的心’이 물꼬를 텄고 ‘我只在乎你’, ‘愛人’, ‘絲絲小雨’ 등등.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곡을 불렀나 싶은데 모두 주옥같다. 

중국어를 잘 배워서 덩리쥔과 만나보고 싶은 것이 갑작스러운 목표가 되었다. (물론 이 분은 95년에 사망하였다.) 자격증 같은 것은 필요 없고 그녀의 노래를 듣고 이해하고 싶었다. 따라 불러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나라 노래들도 이렇게 감수성 깊은 노래들이 많았지만 요즘 노래에서는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이 사람의 흔적을 따라다녔는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나는 중국어를 무척 열심히 공부하여 그 세상으로 깊이 걸어가고 있다. 중국어 공부는 단기로 가는 여행보다 중국 여행을 더욱 심오하게 다녀오는 방법이 맞는 것 같다. 이 여행은 처음에 무척 피곤했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흥미진진한 여행이 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동사에 시제를 포함하여 말하지 않는 독특한 사람들이라는 점도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몇 개의 언어들은 모두 동사에 시제를 포함하고 있다. 영어도, 독일어도, 일본어도, 모두 동사에 변화를 취해 과거, 현재, 미래를 표현한다. 그러나 유독 중국어는 그렇지 않다. 단지 부사어 같은 것을 사용해서 시제를 유추하는 방식으로 말을 한다. 그래서 화자가 말한 한 문장만 듣고서는 이것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언뜻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불투명한 언어인가?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제가 확실하지 않으니 상황어들을 반드시 동원하게 되어 있고 부사어가 필수로 된다. 꼭 동사에 뭔가를 포함할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너무 빨리 시제를 알아차리는 것을 막아 안개 같은 효과를 준다.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불편하겠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점점 이 안개가 매력적이다.     


반대로 단어들의 뜻은 유추하기가 쉬워 한국인들은 그들의 말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여기에는 안개 같은 것이 없다. 개별 한자들이 모여 단어를 이루고 있어 그 한자들의 뜻을 알면 단어들의 뜻은 저절로 따라 나온다. 물론 뜻이 굴러서 변화한 것들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영어의 write, play처럼 갑작스럽게 암기해야 하는 단어는 없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쓰는 한자어와는 사뭇 다른 것이 많다. 그렇지만 한자들이 어울려 말을 이룬다는 점에서 한국 사람들이 접근하는데 일본어만큼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결 수월하다. 일본어는 처음에 한국인들이 접근하는데 참 쉬워 보인다. 그런데 의성어, 의태어 같은 것이 나오면 도리가 없다. 무작정 외워야 되니 상당히 피곤하다. 하지만 중국어는 이런 것조차 한자로 되어 있어 그들의 언어에 깊숙이 다가갈수록 흥미진진하다. 그저 외국어니까 외워야 한다는 식의 장벽이 없는 것이다.     


내가 가보는 중국 여행은 덩리쥔이 살았던 대만 지역을 중심으로 한다. 단순히 해외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여행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나는 한국의 80년대를 충분히 경험했지만 가까운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살아보지 못했다. 낯선 곳으로 가는 시간 여행은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 두근두근하는 맛이 있다. 

지인들과 여행을 가면 외국인들과 제대로 대화도 못하고 2박3일 일정을 끝낼 때가 많다. 중국어 공부를 해보면 여행 시간을 많이 늘릴 수가 있고, 그들의 문화나 일상 속의 테마까지 세부적으로 접근 가능하다. 옛날 노래를 불러보면 70년대나 80년대 정서까지 충분히 흡입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한국의 80년대와 비슷한 점은 무엇인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볼 여지도 생긴다. 현지 유학을 해보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그것은 또한 많은 기회비용을 낳기 때문에 꼭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깊게 들어가는 여행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가고 싶다.     

중국어 공부를 하되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해볼 요량이다. 남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여행을 서슴없이 다녀보고 싶다. 아무 데나 기웃거려도 문제가 없다. 이달에는 여유가 있어서 15박 16일 일정을 잡았으니 편하게 다녀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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