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동성로에 간다
12월 9일 오후 7시부터 동성로 CGV한일 앞 광장에서 대구경북 85개 단체가 함께 모여 '제5차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를 열었다. 지금까지 대중집회의 중심이었던 4,50대 남성들도 있었지만 이번 ‘12.3 윤석열내란사태’로 촉발된 ‘윤석열퇴진 집회’의 중심은 2030 여성들을 포함한 대학생, 고등학생 등 젊은이들이었다. 심지어 중학생들도 친구들끼리 나와서 함께 구호를 외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구호와 함께하는 주먹질과 피켓, 민중가요가 흐르던 단색의 집회 문화에서 야광봉과 K-pop과 각자가 만들어 온 각양각색의 피켓이 흘러넘치는 ‘Colorful’한 집회 문화가 대세를 형성했다.
대구에 기반을 둔 현역 국회의원으로 유일하게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석한 차규근(비례대표)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본인의 SNS에 “콘서트장 같네요”라고 멘트를 쓰고 동영상을 게시했다.
보통의 집회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대표들이 무대 발언을 했겠지만 오늘 집회에서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늘도 무대에서의 발언은 경주에서 달려온 고3 여학생, 26살의 취업 준비생, 20대의 평범한 여성 직장인이었다. 집회의 주인공은 오롯이 대구경북 시민들이었다. 집회 참가자의 한 명이었던 차규근 의원은 집회를 마치고 시민들과 함께 동성로에서 촛불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딱 한 가지 고마운 것이 있다. 사람들에게 헌법을 실감 나게 공부를 시켜준 것이다. 거리행진을 하면서 함께 부르는 이 노래를 통해 헌법 제1조에 나오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잊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영원히 없었을 같던 계엄령 선포를 통해 헌법 제77조에 나오는 계엄 선포의 요건과 국회의 해제요구권을 알게 되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반헌법적인 내란행위임을 알게 되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을 마음대로 농락하던 윤석열 대통령도 내란죄를 범하면 헌법 제84조에 의해 임기 중이라도 형사상의 소추를 받을 수 있고, 출국금지도 당한다는 것을 공부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를 옆에 세우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현재의 정국 상황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정 공백이 없게 하겠다고 말한 것은 위헌적이며 또 하나의 반란이라는 것이다. 헌법 제71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되어 있을 뿐이지 헌법 어디에도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조문은 없다.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표결에 대구·경북 국민의힘 지역구 국회의원 23명은 나타나지 않고 도망쳤다. 이후 국민의힘 홈페이지에서는 108명 국회의원들의 얼굴이 사라졌다. 스스로 헌법기관이라고 외치던 108명의 국회의원들은 백팔번뇌의 고통을 잊기 위해 본인의 얼굴을 지워버렸다.
108명의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강력하게 호소한다. 12월 14일 윤석열 탄핵안 표결에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참석하라고,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라고…
사족 하나!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 이전에는 명태균 때문에 수시로 초조함을 이기지 못해 SNS에 글을 올리더니, 12.3 내란사태 이후에는 정치평론가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홍준표 시장에게 별명 하나를 붙여주고 싶다. 유튜브에 직업적으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을 ‘유튜버(YouTuber)’라고 하듯, 홍준표 시장처럼 직업적으로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
‘페이스북커(Facebooker)’!
홍준표 대구시장님! 제발 대구시장으로서 일 좀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