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계란을 사면 마스크팩 한 장을 주는 이유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 주의합시다

이마트에서 구운 계란 한 판을 샀다. 

포장지에 ‘동물복지 유정란’이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뭔가 좋은 것이겠지 생각하고 사 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동물복지 유정란에서 추출한 난황추출물을 함유한 마스크팩입니다."라고 적혀있다. 

구운 계란을 사는데 웬 마스크팩? 더구나 동물복지 유정란에서 추출한 난황추출물이 들어 있는 마스크팩을 한 장을 사은품으로 주겠다고 한다. 좀 뜬금없지 않나? 사은품은 동물복지 유정란에서 추출한 난황추출물을 함유한 마스크팩을 주는데 본품인 구운 계란은 어떤 계란을 사용하는지 살펴보았다. 난각을 잘 살펴보았다. 10월 14일에 생산된 계란이다. ‘ORHZK’의 생산자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곳에서 생산하는 계란이다. 그리고 끝자리가 ‘4’이다.  끝자리가 "4"는 1㎡ 크기 닭장(케이지)에 20마리가 들어가 있는 최악의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이란 뜻이다. 본품인 구운 계란은 최악의 사육환경에서 자란 닭이 생산한 계란을 팔면서 사은품은 "동물복지 유정란"의 난황추출물이 함유한 마스크팩을 준단다. 

사은품으로 마스크팩을 증정하는 이마트 구운 계란

참고로 사육환경번호 숫자 ‘1’은 동물복지농장에 방목한 닭이 생산한 계란이고, ‘2’는 우리 안에 닭장이 없는 평평한 축사, ‘3’은 닭이 좀 덜 들어가는 개선된 닭장, ‘4’는 기존 닭장을 의미한다. 즉 숫자가 작을수록 좋은 사육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임을 나타낸다. 1번부터 1㎡당 사육 마릿수는 1마리, 2번은 9마리, 3번은 13마리, 4번은 20마리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구입한 구운 계란의 사육환경번호 "4"는 1㎡ 크기 닭장(케이지)에 20마리가 들어가 있는 최악의 사육환경이다. 

또 하나!

마스크팩 하나에 들어가 있는 난황추출물은 5,000ppm이다. 마스크팩 한 장의 중량이 25g이므로 마스크팩 한 장에 들어있는 "동물복지 유정란에서 추출한 난황추출물"은 25g * (5000 / 1000000) = 0.125g이다. 1그램의 1/8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성분을 넣어 놓고 "동물복지 유정란에서 추출한 난황추출물을 함유한 마스크팩입니다."라고 광고하는 것이다. 

그래, 좋다. 화장품 마스크팩은 그렇게 광고하면서 팔 수 있다. 그런데 왜 계란을 팔면서 "동물복지 유정란에서 추출한 난황추출물"을 넣은 마스크팩을 사은품으로 쓱(SSG) 끼워주면서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느냐, 이 말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1㎡의 케이지에 20마리가 들어가 있는 최악의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을 사면서 사은품 마스크팩의 광고 문구 하나로 인해 마치 동물복지 유정란을 사는 착각을 하게 만들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는 명백한 사기에 가까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이다. 동법 제8조(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행위의 금지) 제1항 5호에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는 금지되어 있다. 

내가 예전 화장품 회사에 근무할 때 화장품 브랜드명 “○○테라"라는 말의 네이밍 과정을 설명하면서 ‘테라’는 ‘therapy 치유’란 단어에서 따 온 말이라고 고객 커뮤니티에 올렸다고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다면서 "광고 중지 2개월"을 때리던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들은 왜 이마트가 이렇게 대놓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직무를 유기하는가? 시발...

난각번호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들(사진: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