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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어렵다

짜임새 대신 꾸준함을 선택했다

얼마 전 바다의 철학이라는 책을 읽다가 너무 어렵고 난해하여 중간까지 읽다가 과감하게 책을 덮고 말았다.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물과 불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일은 어떨까? 문과 출신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모든 일의 근원적인 구성요소는 말과 글이다.


말로 나온 아이디어와 글로 적힌 data를 가지고 짜임새 있게 글을 적는다. 보고가 됐든, 셀링이 됐든, 제안이 됐든 모든 것은 글과 글을 연결로 짜임새 있는 구성과 기획을 완성시킨다. 직장에서도 꾸준하게 글을 써야 했다. 예를 들어, 이메일, 보고서, 기획서, 사업 계획서, 보도자료 등 모든 것들을 글로 남겨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직장을 나와서도 모든 것이 글이었다. 일을 새로 찾기 위해서도 나를 글로 표현해야 하고, 자기소개서로 나를 설명해야 한다. 새로운 직장에서 사람을 구할 때도 글로 회사를 잘 포장해야만 한다. 문과 출신의 시선에서 모든 비즈니스는 글에서 시작되어 글로 끝나는 것만 같다.


지난 연말부터 스스로 약속을 해둔 게 있었다. 바로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우리에게 유용한 노션에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소재를 리스트 업해 둔다. 그러면 워드를 켜고 오늘은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부쩍 줄어들게 된다. 매일 하나의 초고를 써내려 가고, 매일 하나의 초고를 퇴고하게 된다. 2번 정도 퇴고를 거친 글을 브런치 서랍에 저장해 둔다. 나름 스스로 세운 체계로 브런치에 현재 16개 정도의 글이 쌓였다. 지금은 20개가 넘었으리라. 어쨌든 매일 적고, 매일 정리하고, 매일 발행하는 걸 최대 30개까지 해보려고 한다. 12월 31일까지로 기한은 지났지만, 약간 익숙해지기 시작하니까 순항 중이다. 30개를 채워보고 난 뒤 생각해 보려고 한다. 


매일 느끼는 거지만 글쓰기는 어렵다. 좋은 글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나는 좋은 글을 쓰는 대신, 시간을 두고 매일 미완성된 글이라도 써보는 것으로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누군가의 평가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누가 알아 봐주길 바라는 것도, 인정을 받고 싶어서도 아니고 스스로 그렇게 해보고 있는 중이라 크게 부끄럽지도 않다. 


어렵다고 생각될 때는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있다고 의식할 때인 것 같다. 나의 글을 어떻게 바라볼지, 내 글이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거나 비판을 받으면 어떡할지 이런 사소한 고민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혼자 쓰는 연습을 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신경이 덜 쓰여서 엄청나게 무섭지는 않고 조금 두려울 뿐이다. 왜냐하면 나도 좋은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그런데 현실적으로 나는 좋은 작가가 아니다. 훌륭한 작가가 아니다. 글을 매일 쓰는 사람이라서, 24시간 동안 1개의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쓰게 된다. 기대와 현실의 갭을 줄여주니까 덜 부담스럽고, 좋다. 의뢰받은 글을 적어 내려갈 때보다 나의 글이 비록 짜임새는 덜 하더라도 무섭지는 않다.


그렇다. 글을 쓰기가 이렇게 어렵다는 글을 꼭 남기고 싶었다. 그게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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