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잎 속의 검은 잎>
매번 시집을 읽다가 중도포기 했기 때문에 맨 끝 페이지까지 읽어본 시집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트레바리가 좋은 점은 나만의 취향에 갇히지 않고 큐레이션 된 책을 접하면서 내 취향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해보자면, 이해할 수 없는 구문들이 대부분이어서 기형도라는 시인이 누구이며, 어떤 성장 배경을 지녔고 왜 이런 분위기의 글을 쓰는 건지 알기 위해 검색해 봤다. 그로테스크한 스타일로는 단연 독보적이라는 데, 확실히 어둡고 씁쓸한 배경인 것만은 확실하다. 영화관에서 심장마비로 인한 갑작스러운 죽음 또한, 기형도라는 시인의 비극적이고 우두 컴컴한 시를 더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헌책방에서 이 책을 구입했는데, 한자 밑에 연필로 해석해 둔 친절함 덕분에 술술 읽긴 했다. 내용은 비록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얕은 한문 지식으로 이해해보려 해도 정말 어려웠다. 수능 입시 때 밑줄 긋고, 작가의 해석을 국어 선생님이 알려둔 대로 필기하듯이 읽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집마다 작품 해설집이 나온다면 꼭 사서 읽을 것이다.
<정거장에서의 충고>에서 기형도 시인이 희망적인 시만 쓸 거라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시집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