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고
우산을 쓰고 걸어가 버리면
비 오는 날을 잊고 싶은 날로 치부해 버리는 셈이 되지
모두가 낙하의 성질을 가지지만
푸른점 없이 새회얀 하늘
나는 당신을 만져보기도 전에 떨어진다
초원과
조금만 따듯하면 피우는 꽃들
그들이 젖을 때
나 덕분에
아름답다
했으면서
우산
비우 우산산 이라는데
산을 우산산이라고 이름 지어버리면
그럼 이제 뜻을 알게 뭐람
우산이 우산이지 그럼
그럼 말 그대로 뜻 없는 글자가 되어버리는데
왜 비를 붙여서 우산이라고 불러서
비를 떠올리게끔 하는 거지
다른 이름을 줬어야지
비가 오지 않아도 떠올릴 수 있도록
당신이 맑을수록
말라가는 우산
오늘 우산 정말 없어도 괜찮겠어?
그건 아니라고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