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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Jul 07. 2023

자라 소라


같이 바다를 가본 적은 없는데

그날 우리가 봤다는 자라와 소라를 잘도 그리던

그래 그럼. 정말 봤었어. 말 뿐이라도

나는 이제 자라는 이렇게 그리겠구나 이렇게는 나도 그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나는 자라를 이렇게 그리지.


그림이 있소

그렇소

하지 않던 옛날 사극시대 때나 쓰던 말투는 상황극을

말에는 힘이 있다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가지는 않아. 지는

그린다. 그립다. 그 아이들의 출발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과거의 나에게 온대도 다시 온대도 둘 중 하나는 결국 하게 될 거라고.

자라 소라

미안. 둘 중 다른 말을 나는 아직 만들지 못했

어느쪽도 내겐 첨벙거림이라고

건배할 때는 눈을 마주쳐야 한대

그게 중요한 거래

그럼 잔은 왜 드는건데

잔을 부딪히는 이유는 설명할 수가 없었지

아래를 잡고 부딪히면 더 명랑한 소리가 난다는 부연 설명

마주만 앉는다면 찬 찬 부딪히는게 핑계가 된다면 뭐든 어째도 좋은

보고싶다라는 말을 기어이 줄이면 그렇게 된

이제 건배히지 않으면

많은 걸 알 것만 같은 이유

그러다 보면 처음 궁금했던 잔을 부딪히는 이유

바다는 소라와 자라가 같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자라는 민물에 살아서 그렇다 쳐도

소라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

여쭤봐도 라는 말은

다시 안 봤으면 좋겠다는 말투 같다고

그게 무슨 말투냐고 웃어넘겼지만

어떤 궁금함은 마침표가 되기도 한다

나는 체크무늬 셔츠를 좋아하지

갖가지 이유를 만들어 보지만

결국 나는

나는 가두고 싶었던 모양이지

자꾸만 도망이라는 말은 듣기 싫은 자유와

그래도 하나만큼은 선들이 교차하는 (나는 그것을 만난다고 생각) 색은 난잡해도 그래도 선으로 남는. 선. 선 마음을 갖고 싶었나 나는.

남는

남는 남는 남는. 남는

나는 남는 이라는 말을 천천히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그것은 그것이 점점

점점은 점에 가까워진다고 그런 이름

과속방지턱이 있는데 제때 멈춰 서지는 못하고. 안 하고. 걸려 넘어지는데. 어쨌든 과속이 방지가 되긴 했는데. 방지가 아닌 방해가 맞지 않을까 싶은데.


책임을 떠넘기는 말들은 항상 근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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