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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흑곰 Mar 21. 2019

오늘, 행복하셨나요?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기


행복이란?


행복을 정의 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행복이란 것은 사람을 웃게 만드는 무엇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웃게 만드는 그 무엇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달라서 거기에 정의라는 것을 갖다 붙이는 것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행복이란 음식과 술, 사람, 그리고 여행이다. 기가 막힌 음식과, 적당히 기분 좋게 해 주는 술, 그리고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그보다 행복한 것이 있겠는가? 사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큰 행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아름다운 3~4박자를 갖추는 것도 사실 그렇게 간단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행복을 연상시켜 주는 몇 가지 단어 외에 나를 웃게 만드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얼굴에서 그 표정이 드러날 수도 있지만 그저 마음으로 웃게 만드는 일들은 무엇일까?



소소한 행복들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별 다를 것 없는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눈을 떠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6시 20분. 아직 알람이 울리려면 10분이나 더 남았다. 기분이 좋다. 늦잠 자지 않았고, 아직 10분이나 더 누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몸무게를 재었다. 어제저녁에 간단히 먹고 잔 덕에 목표치보다 낮은 숫자가 보인다. 기분이 좋다. 씻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에 막 도착하니 때마침 버스가 도착한다. 와우.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기분이 좋다.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샀다. 스마트폰으로 결재한 후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오늘은 완벽한 하루가 기대된다. 출근하기 전까지 벌써 네 번이나 행복한 일이 일어났다. 출근 후에는 뻔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소소한 행복은 찾아볼 수 있다.


상사가 예고 없던 출장을 떠났다. 오늘 하루는 눈치를 덜 볼 수 있다. 기분이 좋다.

늘 가는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가장 첫 번째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기분이 좋다.

분식집 내기 가위바위보에서 이겼다. 오늘 점심은 공짜다. 기분이 좋다.

앙숙인 직원과 늘 마주치는 데 오늘은 어째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기분이 좋다.

하루 종일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이래도 되나 싶지만 기분은 좋다.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칼퇴근을 할 수 있었다. 당당했다. 더 기분이 좋다.


퇴근 후에도 이어진다.

퇴근길 버스에 남은 유일한 좌석은 내 차지였다. 기분이 좋다. 

혹은 지하철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도착해서 지체 없이 타고 집에 갈 수 있었다. 기분이 좋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1층에 머물러 있다. 기분 정말 좋다.

등등등


이처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소소한 행복들은 저마다 다르지만 사실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만 각자의 일상에 충실하거나 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인해서 금세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치열했던 하루를 되돌아보면 스스로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누구나 다 행복했던 순간은 존재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하찮게 여기고, 그 여운을 길게 가져가지 못하거나 너무 쉽게 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의도적으로 그런 소소한 기억들을 남기고, 하루를 돌아보며 기억의 주머니에서 꺼내어본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우리가 찡그린 얼굴과 찡그린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지 않게 해 주지는 않을까? 굉장히 큰 무엇만이 우리에게 행복이라 생각하려는, 그 누구도 정해주지 않은 보이지 않는 규칙에 스스로의 감정을 묶어 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도 모르게 그랬다면, 이제 그것을 찾을 시간이다.




삶, 더하기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기


'아 따분하다. 외롭게 혼자 앉아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내일이면 또 이런 생각을 반복하겠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 언제쯤 보다 큰 행복이 내게 나타날까? 내일은 또 어떻게 버텨낼까?'

대신에, 

'오늘도 감사하다. 이렇게 건강하고, 이렇게 끼니를 거르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내 생각의 실타래를 이곳에 풀어놓을 수 있어서. 그리고 또 그럴 수 있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어서.'

라고 생각을 바꾸어보자. 물론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나 역시도 부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 감정의 업다운이 심한 편이다. 하지만, 노력해 보련다. 그래 봤자 잠시 기분이 좋아지기 밖에 더하겠는가?


같은 일을 겪더라도 거기에 빼기 부호를 붙이고 살았다면, 작은 것들에 더하기를 붙여보자. 그게 더하고 더해져서 한 시간을, 하루를 기분 좋게 해 주고, 잠자리에 누운 우리의 얼굴과 마음의 입꼬리를 슬쩍 올려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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