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비교는 이제 그만
어려서부터 가난하게 자라서인지, 성장하는 과정 내내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 항상 버릇이었다.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나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아마도 성장기에 가졌던 그런 마음가짐이 나를 오랫동안 부정적인 사람으로 살도록 했나 보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누구는 좋은 대학을 갔네... 부럽다... 좋겠다. 나는 이 모양인데...'
'부유한 집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라서 좋겠다. 부럽네... 나는 이 모양인데...'
'좋은 차를 몰고 다녀 좋겠다. 부럽네... 나는 아직 차도 없는데...'
'나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더 편하게 일하고 사네. 좋겠다. 나는 이 모양인데...'
'부유한 집 배우자와 결혼해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가네. 부럽다. 나는 이 모양인데...'
......
늘 이런 식의 사고에 젖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거나 사람들이 나를 높게 평가해 주어도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뭘 몰라서 그러는구나. 내 처지는 이렇게 초라한데...'라는 부정적인 생각만이 쌓여갔다. 무슨 일이든 그 끝에는 상대방보다 못하다는 부정적인 비교가 따랐다. 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심각했던 것은 틀림없다. 더욱이, 목표로 하는 누군가와 비슷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이내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누군가와 나를 비교 선상에 놓기 시작했다. 그게 친한 친구이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었던 동료든 구분 짓지 않았다.
이제와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비교에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 나와 비교되는 사람들은 내 비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잘 살아나가고 있었다. 나에게는 그게 더 비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서 빨리 저들을 따라잡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 왜 나는 이렇게 살아와서 저들처럼 살지 못할까? 이게 다 내 탓이야. 이게 다 부모님 탓이야. 이게 다 xxx 탓이야. 이번 생은 글렀어.' 나 혼자 비참해지고, 나 혼자 슬퍼하고, 나 혼자 괴로워하고, 나 혼자 울었다. 비교가 내게 준 처참한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가짐의 변화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일요일 저녁이었던 것 같다. 아내와 함께 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북유럽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과 그들의 문화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교육과, 그들의 삶의 가치관등을 인터뷰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소시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남성의 인터뷰였다.
Q: 당신은 지금 일에 만족하시나요?
A: 그럼요, 저는 아주 행복하답니다.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Q: 당신의 지인들은 당신보다 훨씬 편한 일을 하기도 하고 더 높은 급여를 받는데 부럽지 않나요?
A: 전혀요. (질문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제가 왜 부러워해야 하죠? 더 높은 급여를 받으면 그들이 행복한 거지 제가 불행한 것은 아니잖아요,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저는 그저 제 일이 만족스럽고 좋아요. 그리고 행복해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우와,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아내와 나는 인터뷰를 보며 받은 충격을 서로의 표정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그 뒤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특별한 각오를 했거나, 억지로 그간의 내 비뚤어진 비교 습관을 한 번에 고치자고 마음먹지 않았지만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는 편이 더 적절할 듯하다. 인터뷰 내용이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 나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고 할까? 마음이 편해졌다. 아무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비교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었고, 차츰 무뎌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더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혹은 내가 굉장히 단순하고 무덤덤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타인과의 비교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입에 달고 살았던, 혹은 혼자만 중얼거렸던 "부럽다. 좋겠다."와 같은 사소한 말버릇들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그 뒤로, 나는 나만의 행복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교는 이전에 했던 단순히 나 자신을 처참히 만드는 의미 없는 비교가 아닌, 보다 발전적인 내가 되기 위한 경우에만 하고 있다. 굉장히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의미 없는 부정적 비교의 굴레에서 벗어나면서 점차 나 자신의 삶을 살고, 나 자신의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눈부신 변화를 마주했다.
그제야 비로소, 비교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졌다. 항상 옆 트랙을 달리는 타인을 곁눈질하기 바빴던 나는, 그들과 무관한 나만의 트랙에서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법으로 나만의 트랙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 가지 더 얻게 된 좋은 점은 타인과 비교한 자기 합리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일이든 개인적인 노력이든 그 목표에는 내 스스로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간의 나는 주위 누군가와의 비교로 내 노력의 수준을 합리화해 왔다는 것이다. '그들도 그러할 것이니 나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으로 무장된 나약하고 타인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지인과 비교해 낮은 급여, 낡은 자동차, 오래된 집, 오래된 휴대폰, 수년째 입는 같은 옷 따위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건 나완 관계없다. 부럽다고 해서 나에게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잠시 스스로가 비참해질뿐이다. 나는 내가 마주한 지금 이 상황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누가 무엇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다만 그들이 나와 다른 어떠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는 충분히 배워야 한다. 그래서 궁금하다.'
이런 식의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임하고 있다.
남과 비교해서 내가 상대적 우위에 있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비교와는 아무 관계없이 내가 어떤 과정과 결과 앞에 행복한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잠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지난 며칠간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살았는가?
그로 인해 내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자기 합리화를 쏙 빼놓고 이 질문에 대답이 명확한가? 그 대답이 당신의 새로운 도전과 긍정적인 변화를 촉발시킨 자극제가 되었는가? 혹은 그저 주위 누군가보다 앞서 있다는 근. 자. 감만을 얻었는가?
살면서 비교라는 것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긍정적인 비교는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한 비교는 자신을 갉아먹는다. 정작 자신이 비교하는 '그 누군가'는 그들만의 관점에서 그들의 인생을 잘 살아갈 뿐이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단 하나, 비교하는 자신만이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나, 그리고 여러분의 삶을 잠시 짚어보자. 여전히 검은 늪에 자신을 던져두었는지, 아니면 몸에 둘렀던 온갖 부질없는 것들을 버리며 그곳에서 빠져나오려 하는지.
어떤 결정이 우리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