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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흑곰 Mar 29. 2019

느리면 불행할까?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느리다는 것


빨리빨리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느리다는 것은 패배, 열등, 포기라는 부정적인 말로 각인되어 있다.

옆의 누군가는 벌써 저만큼 멀리 달아나 버렸는데 나는 여전히 그대로라 크게 뒤쳐진다는 생각. 

남들보다 빨리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데 더디기만 한 그 과정에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

그로 인한 조바심들... 계속되는 조바심들로 인한 스트레스. 

결국, 느리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우리를 스트레스라는 것으로 이끌고 있다.


과연 느리다는 것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여기는 것일까?

왜 느리다는 것이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그 기준은 무엇일까? 얼마나 느려야 느린 것이고 얼마나 빨라야 빠른 것인가?

얼마나 느리면 걱정해야 하고, 얼마나 빠르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가?


답은 있는 걸까?




달팽이는 불행할까?


그렇다면 느림의 대명사인 달팽이는 삶의 속도 때문에 불행할까? 

그건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온전히 달팽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원 달팽이가 해마(Seahorse)와 자신을 비교한다면 행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달팽이와 자신을 비교한다면 불행할 수도 있다. 

만약 비교할 대상이 없다면? 삶의 속도 따위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 속도 비교: 민달팽이 > 정원 달팽이 > 해마 


그래서, 나는 삶의 속도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기준을 제시할 수 없기도 하고,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비교할 상대가 없다면 속도 따위가 그리 관심을 가질 것이 못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언가가 조금 느리게 흘러가더라도 사실 그다지 치명적인 불행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반대로, 무언가가 굉장히 빠르게 흘러간다고 해서 굉장한 행복함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른 지인들보다 늦게 대학을 가고, 늦게 군대를 다녀왔다. 그것이 굉장히 부끄럽고 또 뒤처진다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 인생에 굉장히 치명적인 불행을 마주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껍데기 속에 숨어서 달팽이처럼 느린 몇 해를 보냈지만, 그 안에서 말라죽거나,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거나, 친구들을 잃거나 하는, 여러 형태의 불행을 마주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나보다 앞서 간 다른 사람들이, 내가 잠시 숨어 있던 그 시간만큼 앞서 나가 큰 행복에 먼저 도착하는 것도 아니었다. 삶의 속도는, 그다지 크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내 삶의 속도가 부끄럽다고 여긴 것은 온전히 내 스스로 만들어 낸 망상에 불과했다. 


조금 느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삶, 더하기 나만의 삶의 속도 


어느 날, 잔에 물을 담으려고 빠르게 물을 받았다. 하지만, 그 속도 때문에 물이 계속 넘쳐 가득 담기지 않았다. 속도를 줄이자, 물이 가득 담겼다. 



맞다. 빠르다고 무언가를 다 달성할 수는 없다. 

때론 느린 것이 목표로 한 무언가를 온전히 달성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천천히 흐르는 물이, 잔에 가득 담기는 것처럼. 

빠르게 쏟아진다고 가득 담길 수 없는 것처럼.


그러니,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의 속도에 굳이 자신을 내맡기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빨리를 요구하는 세상의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려 하지 않아도 좋다.

이제는 세상의 속도가 아닌, 적절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보자. 

우리가 그토록 빼기 부호를 붙이고 싶었던 많은 부정적인 것들이 자연스레 사라질지도 모른다.


삶의 속도가 주는 스트레스는 결국 자신이 누군가를 끌어와 옆에 두고 계속해서 비교하면서 생기는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불필요한 환상에 불과하다. 

때론 빠르고, 때론 느려도 괜찮다. 남들이 가는 삶의 속도가 아닌, 자신만의 삶의 속도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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