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흑곰 Apr 24. 2019

낙타 '까말' 이야기

'척'하지 않기


허풍쟁이 낙타


늙은 낙타 까말은 멀리 왕자를 알현하러 가는 행렬에서 돋보이고 싶어 자신은 젊은 낙타들보다 힘이 5배나 세다고 말하며 우쭐댄다. 그 말을 들은 젊은 낙타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퍼뜨리자 사람들은 까말에게 시선을 집중했고, 까말은 잠시 우쭐해졌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까말의 등에 죄다 올려놓았다. 까말은 무거운 짐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자신이 강한 '척'을 한 것이 들킬까 봐 꾹 참고 버텨내었다. 길을 가다 또 다른 행렬들을 마주하면 까말이 한 번 내뱉은 허풍이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까말의 몸은 더욱더 힘들어져만 갔다. 버티다 못한 까말은 순간의 '척'이 불러온 결과에 몹시 후회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풍을 고백하고 사과했다.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까말은 여전히 그 무리에 함께할 수 있었다. 그만이 가진 경험들이 행렬들의 안전한 여행을 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까말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것을 몰랐었다. 어리석게도. 

(이야기 출처: 낙타 까말 이야기)



삶, 빼기 '척'하기 않기


우리는 살면서 남들보다 뒤처져 보이기 싫어서, 또는 남들처럼 되고 싶거나 남들보다 뛰어남을 과시하고 싶어서 순간의 '척'으로 자신을 포장하기도 한다. 때론 우리도 까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돌이켜 보면 잠깐의 허풍과 과시로 얻은 것은 순간의 관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통장 잔고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인싸'가 된 것도 아니고, 전에 없던 행복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도 아니다. 얻는 것이라곤 그 허풍과 과시들을 진짜인 냥 둘러대야 하는 '그럴싸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과 내뱉은 말들을 잘 기억해서 다음에도 같은 '척'을 하는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뿐이다. 


'척'하는 모습은 괜한 오해를 부르고, 나아가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에 주위에는 그 누구도 남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가치는 가만히 있어도 언젠가 빛나는 순간이 온다. 그 가치를 억지로 숨길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있다고 포장할 필요도 없다. '척' 하는 것은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얼마나 빨리 멀어지는지를 계산하는 '척도'에 불과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느리면 불행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