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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흑곰 Jul 03. 2019

#4. 예상보다 뼈아팠던 실패

투고하기, 출판사 답변의 의미, 문제점 파악


[안내]

'그리고 작가가 되었다.'를 대제목으로 하며, 책을 쓰게 된 계기와 과정들을 풀어 갈 예정입니다.

단순히 제 경험담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두려워하시는 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책 출간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될 내용들도 함께 실을 예정입니다.

책 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담은 다른 좋은 글들과 단순히 비교하기보다는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들을 눈여겨보시는 것이 작가를 꿈꾸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세상에 맙소사. 저 보잘것없는 메일이 실제로 내가 출판사에 투고한 메일이라니... 제목이며 내용이며 당최 간절히 출판을 원하는 뉘앙스도 풍기지 않을뿐더러 어떤 원고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략적인 정보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니 내가 출판사 직원이라면 원고를 열어도 보지 않았을 것 같다. 저 정도라면 원고도 별반 읽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의 첫 번째 투고 메일은 이랬고, 당연히 20여 군데 투고한 내 원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았다. 얼마 뒤, 내 메일함에는 이런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아뇨,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비단 이 출판사뿐만 아니라, 친절히 회신을 해 주는 다른 출판사도 마찬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 "형편이 되지 않아..." 즉, "당신의 원고는 도무지 출간할 수 없는 원고이지만 예의상 메일은 이렇게 보내 드립니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2주, 3주, 한 달이 지나도 반응이 없거나 유사한 메일이 도착할 뿐이었다. 정말 정말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왜?"라는 것인데 출판사에서는 결코 알려주지 않았다. 으레 그렇다는 사실을 많은 선배 작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왜 안 되는 거죠?"라고 정말이지 몇 번이고 물어보고 싶었다. 결국 어떤 되물음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답을 찾아 나가야 했다.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뭐하고 먹고살래?"라는 질문 앞에서 고민하고, 겨우겨우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또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통스럽게 책을 써 내려간 시간들. 누구에게도 등 떠밀리지 않고 나 자신이 원해서 했던 노력의 결과가 허공으로 허무하게 흩어지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모두 받아내어야 했다. 가족 외에는, 그리고 글을 직접 써가는 나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몰랐던 고통과 인내와 노력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은 그렇게 뼈아팠다. 하지만, 처절했던 집필의 과정을 한 번의 실패로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문제점을 찾고 보완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의 의견을 포함해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니 결국 내 원고는 나 혼자만 이해하고 나 혼자만 아는 정보에다가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자아도취에 빠진 글에 지나지 않았다. WHAT, WHO, WHY는 어디에도 없었다. 초기에 가졌던 이야기를 곁들인 내용도 희박하게 담겨있어 공감대 형성을 전혀 이뤄내지 못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게다가 오랜 직장 생활에 길들여져 지나치게 논리적으로만 글을 놓았던 것이다.


잠시 휴식기를 가졌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도 찝찝하고 답답했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마음은 쉴 때가 아니라고 계속해서 나를 독촉했다. 아쉬워만 하고 있기에는 무의미하게 시간만 흘러갈 뿐이었다. 누워서 쉴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다시 틀을 짜기로 했다.


원고에 다시 손을 대기 전에 뼈대를 다시 잡았고, 기획서도 다시 작성했다. 그 과정을 거치자 *명확한 독자층이 선정되었고, *무슨 내용을 왜 써야 하는지가 파악되었고, *자연스레 글의 흐름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가제를 정하고 목차를 만들어 나갔다. 물론 한 번에 모두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다시 보완할 생각으로 뼈대를 1차로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써 두었던 글들을 최대한 활용함과 동시에 새롭게 세운 뼈대에 맞는 글들을 처음부터 써나갔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글이 되어가고 있었다.


초고를 써 나가는 과정에서 기획서와 계속해서 매칭을 했고, 어긋나거나 방향이 두루뭉술한 것은 없는지를 계속해서 살폈다. 초고 완성 이후, 출판 기획서에 상당히 공을 들여 몇 번의 수정을 통해 완성 지었다. 그리고 투고 메일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 계속 조사하고 메일을 썼다.

공개하기는 그렇지만 1차 투고한 메일과는 다르게 제목부터 어디 출판사의 누구에게 보내는 어떤 메일인지를 명확히 했고, 메일 내용에도 기획서에 기재된 내용을 활용하여 수신인이 원고의 개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했다.

메일은 일요일에 작성했는데 예약 발신 기능을 활용하여 월요일 아침 9시에 수신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담당 직원이 아침에 출근해서 메일함을 열어보면 상위 목록에서 내 메일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두 번째 원고가 내 손을 떠났다. 첫 번째 투고에서 좌절을 맛본 후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 #5. 결실을 맺다. 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편의 중요 포인트!

투고 메일도 굉장히 중요하다. 메일 제목은 어떤 원고를 어느 출판사로 원고를 투고하는지, 혹은 원고의 가제를 넣어 정해도 좋습니다. 또한, 메일 본문에도 격식을 차리는 것은 기본이고 WHAT, WHO, WHY를 감안하여 원고의 개략적인 내용을 기재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제가 1차 원고 투고한 것처럼 보내면 당연히 관심도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한 가지 팁을 추가하자면 메일은 출판사 직원의 메일함에 눈에 띄도록 출근 시간에 맞추어 예약 발송을 해보세요. 물론 이런 팁을 아시는 많은 작가들께서 동일한 방법을 쓰신다면야 그다지 경쟁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보낼 메일이면 이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됩니다.

★출판사의 답신은 보통 1~2주 정도 걸린다고 안내 메일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경험상 출판 의사가 있는 출판사들은 몇 시간 안에 답변을 줍니다. 다른 분들의 경우까지는 제가 다 알지 못하지만 출판사들도 상호 경쟁하기 때문에 좋은 원고는 서로가 먼저 계약하고 싶은 욕심을 당연히 가지지 않을까요?

★실패를 기회로 삼아라. 출중한 작품을 쓰신 분들이야 한 번에 덜컥하고 성공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고요. 투고 후 출간 제의를 받지 못하셨더라도 좌절하지 마시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원고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보는 등 문제점을 찾으세요. 그게 큰 도움이 되어 보다 나은 원고로 재탄생할 가능성을 높여 줍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1차 투고의 실패도 결국은 출판으로 이어지게 만든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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