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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흑곰 Jul 30. 2019

성취감 뒤에 밀려오는 공허함이란

요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다시 한번 난관에 봉착했다. 마흔을 바라보며 숱한 심적 방황 끝에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1년여를 하루하루 허투루 쓰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면서는 이런 감정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책이 인쇄소에 맡겨지고 곧 서점에 비치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온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간 연락하지 않던 지인들까지 끌어와 책이 출간되니 하나 사 주면 좋겠다는 염치없는 부탁을 할 것인가? 그냥 책이 가진 가치가 서서히 알려져 다수에게 퍼져 나가기를 지켜보고 있을 것인가? '출간 작가'라는 새로운 감투를 머리 위에 쓰게 되는데 그런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지 않도록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가만히 있는다고 누가 알아봐 줄까? 누가 연락이라도 올까? 그럼 당최 나는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으로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썼던 책이니만큼 자연스레 대중들의 손에 쥐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가치 생산주의. 책에서 접한 그 단어에 나도 확신을 품었다. 어차피 별다른 홍보 채널도 없고, 그렇다고 거금을 들여 홍보를 할 일도 없다. 내 책이 품은 가치가 잘 퍼져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마음은 불안과 확신의 경계에 두 다리를 딛고 서서 이리저리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한다. 냉탕과 열탕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드나드는 마음의 변화는 그간 없던 한숨을 버릇처럼 만들어 주었다. 나의 이런 전에 없던 공허함은 막상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생겨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조바심은 아닌 것 같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거나 거의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다. 이렇게 속이 타들어가고, 무겁고, 답답하고, 우울함까지 종합적으로 밀려드는 감정을 나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을 보면... 이 감정, 무척이나 낯설고 무척이나 버겁다. 그런 감정들의 왕복운동 끝에는 그간의 노력들이 다 부질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마저 밀려온다. 


방향도,  탈출구도 찾지 못하는 마음의 벽을 마주했다고 할까...



어차피 책도 상품이고, 상품은 광고비를 들여서 팔 수도 있지만 가치가 있는 상품들은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보여줄 날이 올 텐데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무언가에 쫓기듯 있지도 않은 날개를 퍼덕였다. 바보 같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 그 시간을 잘 견뎌야 하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은 얼마나 더 큰 고통을 주려고 시작부터 이리도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그렇다고 내가 죽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래 맞다. 잘못되면 뭐 내가 죽기라도 하는가? 내 책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고 해서 꿈을 꾸며 세워 두었던 장밋빛 미래가 쉽게 열리지는 않겠지만, 영원히 닫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역시, 내려놓아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또다시 감정들이 요동치는 순간을 마주할 것이란 예감이 들지만, 잠시 심호흡을 하고 기대를 저 바닥으로 팽개쳐버리고 얻은 지금 이 순간, 마음만은 편안하다.


이럴 때 쉬어가야 하는 건가 보다. 열심히 달려왔던 시간에 길들여져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지는 강박이 생겨버린 걸까?

어쨌든 지금은, 내게 필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휴식이 아닐까? 물론,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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