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흑곰 Aug 01. 2019

어떤 시선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가 있었다. 그중 한 명이 건강이 많이 상해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많이 회복이 되어 함께 자리할 수 있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주자인 백숙 요리 전문점이었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미리 주문해 둔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 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에 간 터라 가게는 한산했다. 주인장께서 혼자 일하시는 까닭에 서빙 속도가 약간은 느렸지만 조급할 이유가 없었기에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몸이 불편한 지인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주방 쪽을 향했다. 어딜 가냐는 물음에 물을 가지러 간다고 했다. 주인장이 물을 미처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다 순간 드는 생각에 다시 무게중심을 바닥으로 옮겼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내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은 이랬다.


내 측은함과 동정심으로 시작된 행동이 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왜 그런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십수 년 전 읽었던 한 만화책의 내용이 갑자기 뇌리를 스쳐간 까닭일까? 사실, 벌떡 일어나 불편한 그를 자리에 다시 돌아가게 만들고 내가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냥 두었다. 그렇게 깊이 고민할 거리가 아닌 것도 알았지만 왠지 그 순간만큼은 그의 행동을 막는 것이 그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게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저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그의 움직임과 배려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그의 존재감을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로 인해 그가 우리와 다르며, 우리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을 그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그 과정에서 내 머릿속은 쓸데없이 복잡했었다.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알 수 없는 강박에 젖게 만드는 것 같다. 잘한 걸까 못한 걸까 생각이 널뛰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나는 그 순간만큼은 잘했다고 결론 내렸고, 마음 편히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시 자리에 앉은 그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더없이 행복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내 꿈이 뭐였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