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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Oct 16. 2023

한국, 한국인의 냄새

중국직원의 한국여행 첫 감회를 물어봤습니다.

첫 중국에 왔던 때가 생각납니다.

1월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내린 상하이 푸동공항은 뭔가 조금 색다른 모습일 뿐 크게 감흥을 느끼진 못했죠.

버스를 타기 위해 공항밖을 나서면서 여기가 중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인것은 교통정리를 하는 중국 경찰의 모습이었죠.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두꺼운 인민복(무릎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식의 국방색 옷) 같은 것을 입은 모습이 절 잠깐 당혹시켰습니다.


"공산당 나라에 오긴 왔구나"


그리고 또 하나의 인상은 다름 아닌 냄새였습니다.

상하이 그 특유의 습한 공기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냄새가 나더군요. 사람들한테서 나는 땀냄새 그런 것이 아니라 기후와 땅에서 올라오는 독특한 중국의 냄새가 있었습니다.


전 아직도 이 냄새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벌써 20년이 넘었는데도 말이죠.

이렇게 냄새는 어쩔 땐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얼마 전 중국의 국경절을 맞이해서 저희 회사 여직원도 친구들과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만나진 못했지만, 상하이에 돌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었죠. 전 무엇보다 처음 한국을 경험한 젊은 중국인의 한국 느낌이 궁금했습니다.


"한국에 가보니 제일 인상 깊은 게 뭐였어?"

"글쎄요... 서울은 그냥 상하이와 별 다를 게 없던데요? 그냥 비슷비슷한 도시풍경인 거 같아요."

"그래도 다른 나라인데 다른 느낌이 있었을 거 아냐?"

" 아... 맞다, 화장실이 너무 깨끗해요. 들어갔던 화장실 모두 중국 같은 화장실 냄새가 안 나고 향기가 나서 좋았어요. 그리고 지하철에서 곁에 있던 한국사람들 대부분이 향기가 나던데요? 생각해 보니 그게 제일 큰 차이인 거 같아요. 한국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여러 다양한 의견이 나올 줄 알았는데, 한국의 인상을 '냄새'로 구분 짓는 직원의 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저도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개인의 '꾸밈'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의 속성상 남녀를 불문하고 화장품이나 향수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문화가 아직 덜 성숙한 중국과의 차이로 보였나 봅니다. 게다가 공용화장실의 위생과 설비시스템이 중국보단 앞서있기에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거겠죠.


초창기 중국에 왔을 때의 중국 화장실이란 거의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 화장실을 개선하고자 정부에서도 많은 투자를 통해 개선이 되긴 했지만, 기저에 깔려있는 '의식의 전환'은 그렇게 빨리 바뀌진 않죠. 아직까지도 중국화장실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들은 위생의 노력의 문제이기보단 설비시설의 시스템과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고 보니 초창기 이런 화장실의 개선의 이유인지 공공화장실 관리를 위해 화장실에 상주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여기서 '상주'라는 말은 정말 말 그대로 자리 깔고 생활하는 수준을 말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 중국은 제가 처음 경험했던 중국과 많이 달라져있습니다.

자국의 문제점을 꾸준히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니 점점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지겠죠.


냄새를 이야기하다 보면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 '기생충'에서의 냄새에 대한 설정이죠.

영화에서는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반지하 냄새'로 빈부차이를 표현합니다. 냄새를 통해서 사회적인 계층을 이야기했는데 매우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죠. 피부까지 스며들어 있는 삶의 냄새들은 갑자기 좋은 옷을 입고 꾸민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죠. 그렇게 사회는 쉽게 지워지고 올라설 수 없는 계층적 모습을 지니고 있나 봅니다. 어떤 사회 속에서 익숙해진 냄새들은 다른 문화나 사회 속에서 맡게 되는 이질적인 냄새에 반응하게 되어있는 거죠.


초창기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분들은 거리에서 나는 마라의 향에 적응을 못하거나 한국에서 잘 느끼지 못하는 여러 향신료의 냄새에 거부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근데 저도 이번에 한국에 가서 느낀 것은 거리에 널려있는 '마라탕'음식점들을 보고, '탕후루'를 사 먹는 사람들, 그리고 중국아이들이 먹는 상품들을 매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음을 보면서 우리가 점차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자란 한국 아이들은 아마도 중국에 여행을 오게되면 이전세대와는 이질감을 덜 느낄 테니 말입니다.


정치적, 경제적 국제관계를 잠시 접어놓고 가깝고도 먼 나라인 중국이 어느덧 우리의 감각에 이미 다가와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중국생활을 한 저로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만 합니다.


과거 유럽에서 역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사용하였는데, 우리는 보다 내면의 아름다운 향기를 더 뿜어내는 사회와 나라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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