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과 관점에 대하여
길지 않은 거리지만 운전을 하면서 출퇴근을 합니다.
평소엔 일찍 나오지만, 일이 있거나 조금 게으름을 피우면 영락없이 교통체증에 걸리게 되죠.
이 시간이 아까워 새벽같이 나오지만, 오늘은 가족들이 여행을 간 상황이라 조금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조금의 교통체증이 생길 땐 차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아침 컨디션이 좋을 땐 이런 생각들이 폭발하기도 하죠.
오늘이 딱 그런 날인가 봅니다.
예전부터 생각을 하던 내용인데,
시점(視點)과 관점(觀點)에 대한 생각이 불현듯 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은 어제 사무실에서도 잠깐 생각하다 말았었는데 어쩐 일인지 아침 출근길에 연이어 뇌에서 신호를 보냈네요)
주로 공간의 기획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저희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관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근데 말을 하다 보면 시점과 관점이 자꾸 혼동돼서 나오는 경우가 있더군요. 스스로 인지를 하는 내용이라 제대로 알고 단어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검색과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 보면서 어느 정도의 개념이 잡히긴 했는데 영어로의 표현은 혼동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검색의 시간을 한참 가지다가 Chat GPT에게 물어봤습니다.
참... 요 녀석 신박합니다.
영어표현도 정리가 되고, 내용도 그럴듯하네요.
제가 일하는 부분에서는 공간디자인을 하면서 Perspective 라 불리는 투시도를 작성해서 고객들에게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그 투시도를 표현하면서 어느 위치에서 보았다고 하는 View Point를 보여주곤 하죠. 지금 떠오르는 생각인데 어쩌다 보니 영어표현으로만 본다면 이미 시점과 관점을 아주 명확하게 사용하고 있었다고 보입니다. 즉 시점은 어떤 위치라는 좌표적 개념을 가지고 있고, 관점은 보이는(혹은 보여주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사고의 결과물인 거죠.
아래의 이미지에서는 왼쪽아래 KEY MAP(평면도)을 통해서 투시도가 어느 위치에서 바라본 장면을 표현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간디자인에서는 이렇게 어느 위치에서 어느 방향으로 보았을 때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어떤 느낌을 만들겠다는 표현들을 하면서 고객과 소통을 하게 됩니다.
관점은 흔히들 세상을 보는 사고방식으로도 읽히고 있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보느냐는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죠.
같은 관점을 가지면 소통이 용이하고 '대화가 통한다'라고 하죠. 반대로 다른 관점을 가지면 소통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을 해야 하고 설득을 해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하죠.
마케팅에서는 이런 다른 관점이 '가치'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다른 관점이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기에, 경쟁 상품과 달리 보이고 부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죠. 그 다른 관점이 소비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시장에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우리의 생각은 항상 주변사람들과 비슷하게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종의 사회적 관성이죠.
그 시대의 언론, 경제, 과학, 철학, 예술...... 많은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 내는데 여기에 편승해서 비슷한 관점이 형성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다른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히 주체적인 사고력이며, 평소의 독서와 생각의 깊이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학자들의 사상, 과학자들의 새로운 발견, 예술가들의 작품등이 그렇게 생겨나고 다시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흔히들 시점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이 있죠.
그런데 관점은 시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시점은 소설에서의 1인칭 시점이라든가, 전지적 작가시점등의 학교에서 배웠던 시점의 개념이 있습니다. 이런 소설에서의 시점은 작가들에게 있어 작가의 관점을 드러내는 하나의 전략으로 이용되곤 합니다. 어떤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냐에 따라 소설의 '맛'이 달라지는 거죠.
이렇게 시점을 통해 관점을 드러내는 건데,
시점을 통해 우리의 관점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보이는 것을 넘어서는 사고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우리의 몸을 살펴보면 의미가 더 명확해집니다.
시점은 우리 눈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고, 눈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행위는 보통 우리 뇌에서 이뤄지는데 이것을 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뇌과학에서도 증명되었듯이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눈을 통해 전달된 정보를 뇌에서 해석하는 것이 더 가깝다고 하죠. 그래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려고 하는 것만 보이는 눈뜬장님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시점과 관점은 단순히 단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을 떠나서 그 의미를 깊이 파악하면 더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간단하게나마 정리를 해봤습니다.
우리는 모든 보는 행위를 위해서 생각하는 힘을 단련해야 합니다.
즉, 관점의 훈련을 통해 시선을 단련시킬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본다라는 행위의 주체적 개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이제 조금 이해가 되어갑니다.
이 글의 제목에서 이야기했듯이 생각하는 힘인 관점을 기르지 않으면 눈이 달렸지만 제대로 세상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해야겠는데요,
적어도 제 자신은 앞으로는 시점과 관점을 제대로 구분해서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극히 주관적인 해석에서의 이해이지만...)
그런데, 또 질문이 떠오릅니다.
인간이 아닌 동물들은 시점이 있겠지만, 관점도 가지고 있을까?
같이 생각을 해보시면 어떠실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