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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n 19. 2023

팔순 노모의 인생관, 인생은 말야...

중년 아저씨 엄마에게 인생을 물어보다

이렇게 지금까지 살아오셨는데, 

인생은 뭔거 같아?


오랜만에 본 아들이 던지는 느닷없는 질문에,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잠깐 생각하시더니 입을 여셨다. 



"먹고사는 거 같아, 돌이켜보면 먹고살기 위해 그렇게 살아온 거 같아."


의외의 답변에 난 잠시 뭐라 말을 이어가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그래, 우리 엄마에겐 그랬을 거야."


젊을 때 시집온 시댁에는 보름에 한가마씩의 쌀이 나갈 정도의 딸린 식구들이 많이 있었다. 하루 세끼의 식사를 준비하고 만들어내는 것으로 만도 참 벅찬 하루하루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생기고 세 남매를 키우면서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밥은 굶지 않았다. 

어렵게 얻은 집 한 채 여기저기 고장 나고 물이 새어도 어떻게든 수리하고 고쳐서 많은 식구들이 편히 잠잘 공간을 마련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다. 


그렇게 배움이 많지 않았던 우리 엄마는 자식들 대학 보내고, 교통사고로 남편을 먼저 하늘로 보내면서도 꿋꿋하게 남은 인생을 살아내시고 계시다.


서점의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는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라고, 인생의 목표를 잡고 노력하라는 멋진 말들이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세상을 조금 살아보면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든, 돈이 많은 재벌이든, 지식이 많은 학자든, 다들 자신이 목표한 삶의 방향을 향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목표와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 들의 삶은 우리가 우러러보는 만큼의 가치와 스스로의 만족감을 가지고 있을까?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충분하다...라고 생각할까? 제대로 방향을 잡고 살고 있는가?


고개를 돌려 주변의 평범한 삶을 사는 일용직 노동자, 동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 하급직 공무원... 이들은 또 어떠할까? 대응을 위해 이렇게 분류를 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나 이들이나 다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양의 예술작품들을 보다 보면 역사의 어느 순간 '신'을 찬양하던 이들이 '인간'에 눈을 돌리던 시대를 접하게 된다. 더 나아가 왕과 절대자로 표현되던 작품들이 일반 민중의 시점과 관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변한 과정도 보게 된다. 


역사에서 밀려있던 자들이 역사에 올라서는 그런 흐름을 우린 봐왔다. 

그렇게 역사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


인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먹고사는 거 같아, 돌이켜보면 먹고살기 위해 그렇게 살아온 거 같아."


엄마의 이 말은 어쩌면 정답이겠다 싶다. 

그래 우린 왜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하기에 그렇게 먹고살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모두들 각자의 삶 속에서 나름대로의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제각각의 삶들을 살아가고 있으리라... 그것이 원하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엄마의 한 마디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하나의 울림으로 남아, 내 삶에 영향을 주는 한마디가 될 듯하다. 


"그래 인생은 먹고사는 과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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