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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l 15. 2024

구채구, 깨진 거울의 마술

중국 사천성 구채구풍경지역 여행기

자연보호

전 인류가 집단자살로써 자연에 귀의할 때야 비로소 성취되어질 수 있는 과업.

- '이외수의 감성사전' 중


예전의 이 글이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좀 과격한 표현이죠? 

그런데 이곳 구채구에 와서 이 말이 정말 맞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九寨沟 지우자이고우, 구채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천성 아바티베트족자치구에 위치한 곳입니다. 9개의 소수민족 마을이 모여있다고 해서 이곳이 구채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요, 현재는 약 3개 정도의 마을만 존재한다고 하네요. Y자 형의 산골에 이름을 붙여놓은 명소들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은 거주민 외에는 임의로 들어갈 수 없고 관광객들은 입구에서 내부에서만 운영되는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도록 철저한 관리를 한 덕에 작은 쓰레기 하나 안보일정도로 깨끗했습니다. 


제가 이곳을 방문하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바로 그 깨끗함.

거리에 작은 쓰레기 하나 안 보이니 여기기 중국이 맞나 싶을 정도였죠. 그렇게 신경 써서 관리한 덕에 그 명성을 꾸준히 지킬 수 있나 봅니다. 그러니 앞서 말한 이외수 씨의 '자연보호'의 의미를 공감할 수밖에 없는 거죠. 


'황산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고 않고, 구채구를 보고 나면 다른 물은 보지 않는다.'

구채구를 찬사 하는 말입니다. 오랜 옛날 남성신 '타가'는 여성신 '써모'를 사모하여 거울을 선물했는데, 그 거울을 보며 즐거워하던 여신이 실수로 이곳에 떨어뜨렸고, 깨진 조각들이 호수와 폭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깨진 유리조각은 총 114개의 호수와 17개의 폭포가 되었으며,  더불어 잘 보존된 원시림이 남아 있어 정해져 있는 짧은 코스의 트래킹이 매우 매력적이죠. 믿거나 말거나 앞서 말한 재미있는 신화는 풍경에 대한 몰입을 도와줍니다. 예전 벌목꾼들에 의해 알려졌다가 1970년대가 되어서야 외부에 공개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납니다.


낙일랑 폭포 (落日朗瀑布), 위에서 보진 못해서 검색을 통해 옮겨놓습니다.
폭포 아래에서는 바로 이런 느낌이죠


세상은 넓고 못 가본 곳은 많다.

그런데 그러하기에 많은 곳을 가봐야 하는 건가? 내가 보는 이 광경을 우리 아버지는 구경도 못하시고 돌아가셨는데... 난 살아생전에 얼마나 많은 절경들을 못 보고 인생을 마칠 것인가? 

잠깐 그런데 이 또한 '탐욕'이 아닐까?

몸 가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대로, 그렇게 삶이 흘러가는 대로, 발길 닿는 곳으로 움직이고 보이는 것들을 즐기는 것이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뛰어난 절경을 더 많이 보고, 맛있는 산해진미를 더 많이 맛보았다고 인생이 더 행복한 것은 아닐 테니, 집착을 버리고 움직일 수 있는 한도에서 세상을 즐기는 것이 나을지도...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생각들이 듭니다.

세상은 참 멋진 곳이 많습니다.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가서 온몸의 감각들로 그 공간을 즐기는 것이 더 큰 감동을 가져다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집착이며 탐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엇이든 병적으로 갈구하는 삶을 경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으니깐요.

지구를 다 돌아보면 하늘에 오르고 싶을 겁니다. 그러고 나면 우주로 나가서 다른 은하계를 보고 싶어 지겠죠.


왜 기껏 좋은 데 갔다 와서 헛소리를 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이나 여기 경치가 끝내줬습니다. 

여기가 이렇게 좋은데 다른 곳의 좋다는 데는 오죽하겠어? 뭐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네요.


구채구의 맑은 호수의 모습

날씨를 탓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곳인데 조금만 더 햇빛이 나면 더 사진이 잘 나올 거 같았거든요.

글 쓰면서 올리는 사진도 고민이 됩니다. 이 멋진 사진들 중에 어떤 사진을 올려야 할지 망설여지니 말입니다. 그래도 영롱하고 투명한 물의 색을 보여주는 게 가장 느낌을 줄 수 있겠죠? 구채구는 물이 압권이니깐요.

보시다시피 그냥 물밑이 그대로 보입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자연 그대로를 지닌 채로 관광객의 시선을 맞이하고 있는 거죠. 호수마다 물의 색이 다양하게 보이는데 물속에 함유된 광물의 성질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색을 띤다고 합니다. 


구채구를 들어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습니다. 호텔 조식을 7시 좀 넘어 나섰는데 앉을자리가 없더군요. 식당이 원래 좀 좁은 것도 있지만, 다들 아침 일찍 들어가려는 이유 때문입니다. 입장시간은 계절별로 차이가 나는데 저희가 갔을 땐 AM 8:00부터 입장(7월 11일 공고에 의하면 7: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엿가락 늘이듯이 자기들 맘대로 조정하기에 시간과 입장료등의 정보는 방문 전 반드시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듯싶습니다)이 시작됐습니다. 이 호텔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구채구를 관광하기 위해 온 사람들 이라보니 입장시간에 맞춰가려고 하기 때문이죠. 상황의 심각성(?)을 조금 늦게 깨닫고 저희도 얼른 서둘러 입구로 향했습니다.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였는데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구채구 관광객들


이 줄이 맞는 줄인 지 앞이 보이지 않아 알 수 없는 상황에 무조건 줄을 섰고, 그렇게 줄어드는 줄을 따라서 입장을 했습니다. 


입장료정보

성수기(4월 1일~11월 15일) : 입장료 220위안, 버스비 90위안

비수기(11월 16일~3월 31일): 입장료 80위안, 버스비 80위안


일반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은 이러하고, 저희는 아내가 VIP 티켓(465위안/인, 인터넷구매)을 구매했습니다. VIP라서 뭔가 특별한가 보다 하고 잔뜩 기대를 했는데 웬걸 그냥 버스크기가 좀 더 작고, 가이드가 붙어서 이동시 아주 간단한 설명을 해줍니다. 그리고 들러야 할 곳을 정해놓고 빠른 시간에 사람들 피해서 명승지만 콕 찍어서 간다는 것. 그래서 사람 적을 때 사진 찍을 수 있다는... 글쎄요 이게 장점이 있기도 한데 막상 이용을 해보니 단점도 있습니다. 함께 이동하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급조되어 뭉친 사람들이라 모르는 사람들이고 이들과 같이 이동하면서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어느 곳에 내린 다음에 몇 시까지 둘러보고 오세요 하는 전형적인 깃발여행 같은 분위기였죠. 모두 차량에 탑승해야 움직일 수 있기에 늦는 사람들을 기다리기도 해야 하고 저희도 역시 시간에 쫓겨 탑승하는 경우도 있고, 이래저래 VIP 되는 것도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형버스를 이용하는 일반 관광객들은 자유여행 방식입니다.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수많은 버스들이 있기에 코스마다 원하는 대로 탑승을 하면 되니깐요. 저희가 VIP차량으로 이동할 때 도로옆을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면서 걸어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기에 이건 완전 취향에 따라 움직이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VIP이동이 나을 수도 있겠네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돌아보아야 할 곳은 돌아보고 난 후엔 오후엔 VIP차량을 포기했습니다. 

직접 대형버스를 타면서 걸어서 움직였죠. 


VIP 차량으로 이동 중 설명을 하는 차량 가이드


2024년 그러니깐 올해죠. 7월 6일까지 올 한 해 이곳을 방문한 방문객이 200만이 넘었다고 합니다.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저희가 방문했던 날엔 19051명이 방문했네요. 저희 3명도 그중에 섞여 있는 거고요. 7월 현재까지 많을 땐 2만 4천 명이니 대략 2만 명 내외의 관광객들이 최근 방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채구 공식 홈페이지 참고 https://www.jiuzhai.com/news/number-of-tourists)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데도 적어도 이곳에서는 쓰레기를 마음대로 안 버리는 걸 보니, 중국인들도 이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는 모양입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전 이런 부분들이 가장 인상이 깊었답니다. 


버스만 타고 다니면 찍을 수 없는 풍경

주제넘은 VIP는 포기하고 가족들과 걸으면서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을 했죠.

역시나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면서 보다 보니 이런 사진도 남길 수 있게 되었네요. 참 멋집니다. 이 모습이 계절에 따라 또 다르게 보일 테니, 계절마다 다시 와봐야 하는 걸까요? 

구채구 호수의 환상적인 풍경

Y자 형의 산골에 따라서 주요 관광지점들이 포진해 있고, 도로로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별 여행을 하신다면 가시기 전에 동선을 어떻게 짤지를 한번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것 같네요. 저희는 VIP차량의 안내에 따라 움직여 이런 고민을 안 했습니다. 대신 말씀드린 대로 천천히 즐기는 풍경은 조금 아쉬움이 있죠. 장단점이 있습니다. 

구채구 여행은 동선 계획을 잘 짠다면 하루면 거의 대부분의 명소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저희는 전날 저녁에 호텔에 도착을 했고, 오후에 관광지를 나서면서 하루 더 같은 호텔에 묵었습니다. 저희가 묶었던 호텔은 중국에서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호텔이며 깨끗하고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빨래방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서 이 점도 잘 활용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그 무엇보다 KFC가 옆에 있었다는 것이지만요. 


구채구에서 묶었던 호텔 全季酒店


아침 구채구에 들어가면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멋진 입구를 찍지 못했는데요, 오후에 입구를 나오면서 겨우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독특한 멋진 디자인이 매력적입니다. 입구는 위로 올라가고 출구는 바로 아래 통로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구채구 풍경지역 출입구 모습


구채구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9개의 소수민족 마을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아바짱족이라고 불리는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구채구 내에서도 티베트문화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하얀색의 불탑들이 이 지역의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태고의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러 가지만, 동시에 티베트의 문화도 경험할 수 있는 관광지입니다.


구채구 내부의 티베트 불탑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

이렇게 순서 없이 구채구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여행기라면 의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정리하는 것일 텐데, 어찌 쓰다 보니 형식을 무시하고 제 의식에 흐름에 따라서 글의 순서가 이어지네요.

내용을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안 간다면 계속 이런 방식의 글이 될 듯싶습니다. 

이렇게 이번여행 중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구채구의 관광을 뒤로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호텔로 바로 복귀했습니다. 

언제 다시 이런 풍경을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더군요.


세상은 넓고 못 가본 곳은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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