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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Oct 07. 2024

항저우 산행에서 얻은 것들

'절제'의 미학을 떠올리며

중국은 국경절이라고 10월 1일을 아주 중요한 날로 여기고 있습니다.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기념일이죠. 춘절과 더불어 양대 최대의 명절로 볼 수 있습니다. 약 일주일정도의 휴일이 지속되기에 이 시간에 이동이 참 많죠.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무슨 명절이다라고 하면 되도록이면 외출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 치여서 너무 힘겹기 때문인데요. 

모처럼 10월 1일 국경절 첫날 지인분과 함께 항주를 향했습니다. 

산행을 하기 위해서였죠.


아침 일찍 항주를 향하는 기차를 타러 역으로 가려는데 '디디추싱(차량공유서비스)'를 불렀는데 계속 답변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요금을 더 내면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만 보입니다. 상황을 보니 새벽같이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이 요금을 더 올려서 신청해 보니 이제야 저 멀리서 택시 한 대가 잡혔습니다. 겨우 이 차를 타고 역까지 갈 수 있었죠. 역시나 역 근처에 가니 차들이 엄청 막히더군요. 

연휴가 시작됐음을 이렇게 알 수 있습니다. 


상해에서 항주까지는 운전을 해서 가면 3시간 정도 걸리는데 기차를 타면 40분에서 1시간 사이에 도착합니다. 기차에 따라 시간이 달라서 이렇게 말씀드리는데요, 시간과 차종에 따라서 비용도 다릅니다. 

상해 근처에는 평지로 이루어져서 등산을 할만한 산들이 없습니다. 해서 간혹 산행을 하시는 분들은 주변도시로 원정을 가죠. 저희도 오래간만에 큰맘 먹고 휴일에 움직여 봤습니다.


지인분이 꼭꼭 숨겨놓았던 자신만의 산행노선을 제게 공개하는 날이었습니다. 

사람도 적고 경치도 좋았습니다. 고지에 오르니 항주의 서호도 눈에 들어오고 유명한 롱징차의 차밭 경관도 들어왔습니다. 이래서 다들 산에 오르나 봅니다. 

롱징차밭과 저 멀리 보이는 항주의 꽃 서호

자연이 주는 경관은 자신이 직접 그 자리에 가 있어야지만 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매우 공평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연 앞에서는 그 누구도 겸손해질 수밖에 없죠. 땀을 내고 올라서야 그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니깐요. 바람과 공기, 습도, 햇빛, 냄새 등 그 장소가 전해주는 현장의 느낌은 말로 사진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직접 내 몸의 감각으로 느껴야 알 수 있죠.

전에 사천여행을 하면서 힘들게 이동하고 올라선 곳에서 비로소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섭리를 배웠습니다. 이번 산행에서도 그렇게 섭리의 배움을 이어갔죠. 매우 상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인분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발 한발 옮기다 보니 서로 간의 친분도 두터워지는 거 같더군요. 우리는 인생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데,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으면서부터 내게 이익이 되고 도움이 되는 관점으로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관점을 바꿔서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더 필요한 거 같습니다. 많은 반성이 됩니다. 

산을 오르다 보니 이렇게 반성의 시간도 갖게 되네요. 

요샌 운동을 꾸준히 해서인지 체력도 조금 올라온 거 같습니다. 산행을 했는데도 이전과 같이 근육통이 오지 않은걸 보니 평소 운동이 도움이 되긴 했나 봅니다. 부쩍 요새 들어 건강의 중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겠죠. 얼마나 더 삶을 살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살아있는 동안은 건강하게 살아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좋겠죠. 계속 정진해야겠습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늦은 점심을 했습니다.

항저우의 유명 음식 중의 하나인 '红烧肉홍샤오로우'는 특별히 따로 시켜서 나눠먹었습니다. 맛있더군요. 처음엔 돼지비계를 먹는 게 익숙지 않아서 손이 안 갔었는데, 이거 잘하는 집에서는 비계가 정말 맛있습니다. 저희가 찾은 이 집은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걸 보니 맛집이었던 모양이네요. 

红烧肉홍샤오로우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저녁에 항주에 계시는 요식업 사장님을 뵙기로 해서 근처 호텔을 미리 알아봤었죠.

호텔에서 잠시 쉬고 저녁에 사장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스스로 절제를 하면서 사업을 일구어 가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배움은 아마도 '절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주변인을 위해서 절제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 배울 점이 많습니다. 

맛난 거 먹고 싶고, 좋은 거 보고 싶고, 욕심나는 거 갖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죠. 내 뜻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바라기도 하고요. 하지만 살아보니 세상은 그렇지 않더군요. 그런 것들이 모두 집착이고 번뇌를 만드는 것들이죠. 

나이 들수록 '절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배움이 생겼습니다. 

절제를 못하는 삶은 끌려갈 수밖에 없죠. 욕망에 사로잡혀서 자신을 돌아볼 수 없게 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도 생각납니다.


이렇게, 이번여행은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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