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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Oct 08. 2024

절운동을 시작하면서 느낀 것들

18일 차 108배를 하고 있는 중 

요새 아침 루틴(routine)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이를 닦고 108배를 하는 거죠.


어느 날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예전 누님이 절운동을 언급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집에 방석을 사놨다면서 절운동 이야기를 했었죠. 그때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몸에 좋다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 이후에 절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이어 듣진 못했습니다. ^^


당시 생각이 나서 잠시 유튜브에서 절운동과 관련한 영상들을 찾아봤습니다. 

여러 영상들이 오래전부터 있었더군요. 절운동을 할 때 몸을 쓰는 부분들을 보니 전신운동이 될 듯싶었습니다. 그냥 나도 한번 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 아침모임을 같이 하고 있는 어떤 분이 한국에서 20대 때 만 배를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뭔가 정신적인 명상과 같은 느낌을 받은 적 있다고 했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요새 맘고생도 하고 있던 터라 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게 뭐가 없을까 싶었는데 절운동이 좋을 듯싶어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로 18일 차를 지나고 있습니다.

제가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 60~70회 언저리에 들면 땀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매번 거의 비슷하더군요. 그렇게 108배를 모두 마치면 바닥에 땀이 흥건해지기도 합니다. 운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거라 합장을 할 때는 팔을 크게 휘둘러 합장을 합니다. 무릎을 굽히고 세울 때에는 의식적으로 허리와 허벅지의 근육에 집중하면서 동작을 하죠. 


아침에 일어나 몸도 머리도 제대로 깨어있지 않은 상황에 이렇게 절운동을 하고 나면 땀도 흠뻑 나면서 몸의 모든 세포들이 깨어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옆에서 누가 보면 좀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각종 영상에서도 보여주듯이 절운동이 주는 효과는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다른 운동과 다르게 머리에 열이 오르지 않고 가슴과 하체 쪽으로 열이 오른다는 연구결과들이 신기하더군요. 그래서 정신을 맑게 해주는 운동인 듯싶습니다.


매번 절을 하면서 횟수를 세는 것이 조금 번거롭더군요.

그래서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108배 영상들이 몇 편 있었습니다. 종소리나 죽비소리로 횟수를 알려주는 영상들인데, 이 영상의 소리파일을 다운로드하고 어디서든 여기에 맞춰서 할 수 있게 핸드폰에 넣어놨습니다. 그러다가 이전에 성철스님께서는 3천 배를 해야 만나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108배도 이런데 3천 배는 쉽지 않겠는걸? 하면서 관련 내용을 또 찾아봤죠. 보통 300배가 한 시간 걸린다고 하니 약 10시간 절을 해야 3천 배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에 만 배를 했다는 분이 더 대단해 보이더군요. 


3천 배는 횟수를 어떻게 셀까?  

이 궁금증이 생겼었는데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손가락에 끼우는 전자 계수기라는 게 있더군요. 유튜브에서 소개했던 건데 다들 아시다시피 중국제가 대부분이고 제가 중국에 살고 있는 장점 중의 하나가 바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거죠. 해서 타오바오에서 찾아봤습니다. 유사한 것들이 몇 개 나오더군요.


고르고 골라서 하나 장만했습니다. 

중국돈 39.99위안인데 3위안을 할인해서 36.99위안에 판매하더군요. 손가락에 끼우고 매번 동작을 할 때마다 살짝 눌러주면 숫자가 올라갑니다. 자기 취향에 따라서 방향을 바꿀 수도 있고요. 설정값을 6개까지 할 수 있고 충전식이라 2시간으로 한번 충전하면 세 달을 쓸 수 있다고 광고를 합니다. 

요 녀석을 받은 날 저녁에 숫자를 올려보기로 맘먹고 300배를 해봤습니다. 정확히는 108배의 세 번 324배를 했는데요. 

이거 운동됩니다. 

땀이 비 오듯 흐르더군요. 바닥은 흥건히 젖고, 바닥에 손을 대면서 절을 하기 때문에 손에 땀이 묻어서 나중에는 수영하고 나온 듯 손이 불어 있더군요. 

구매한 전자 계수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안 하던 운동을 한 티가 좀 났습니다. 전반적으로 몸이 뻐근하다고 할까요? 물론 그걸 바로 108배로 풀어줬죠. 이렇게 아침 108배가 어느새 제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절이 익숙해지면서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하루를 잘 보내길 기원하는 그런 마음이 절로 들게 됩니다. 나의 몸을 최대한 낮춰서 엎드린다는 행위가 자신도 모르게 수양의 길로 안내하는 듯싶네요. 운동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어떤 행위의 반복이 주는 성찰과 자아수련의 효과가 분명 있다고 보입니다. 요새는 절운동 전도사가 되어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죠. 


중국의 타오바오에서 방석을 찾아보다 중국어로 절과 관련된 단어를 찾아보니 大礼拜(Prostration)라고 하더군요. 왜 큰 대자를 붙일까 싶었는데, 추측건대 티베트불교에서 자주 보는 온몸을 바닥에 붙이는 절(오체투지五體投地)을 하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나라마다 절하는 방식도 차이가 있겠죠? 전 그냥 우리나라식으로 하렵니다. 타오바오에서는 아직 적당한 방석을 못 찾았습니다.


간혹 절하는 행위가 종교적 행위로 거북하게 느낄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 전 순수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의 행위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기복(祈福)의 의미를 스스로 담을 순 있겠죠. 인류의 역사와 같이한 기복의 행위들이 무조건 미신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예전에 한참 'Secret'이란 책이 유행한 적이 있죠? 어쩌면 이 또한 같은 맥락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주의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고도 하듯이 나의 간절한 마음이 어딘가에 닿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많은 자기 계발과 관련한 내용들을 보자면 유사한 이야기들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장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깨어있게 해서 정진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서 글을 적어 책상 앞에 붙여놓는다던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생각을 집중하고 목표를 상기하는 글을 쓴다든가 모두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입니다.


어디선가 봤는데 '피가 흐르듯 생각이 온몸에 흐르게 하라.' 이런 말을 하더군요.

끊임없이 목표를 상기하고 집중하는 삶을 살면 성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아침에 절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거 나쁘지 않겠죠?

전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 날들이 계속되어 무언가 좀 더 나은 하루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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