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x 해버렸지 뭐야"
요즘 유행하는 말이다.
"부와 귀중품을 과시하고 자랑하다"
"존재감을 드러내다"
"뽐내다"
다르게 표현하면 잘난 척인데 느낌이 묘하게 다르다. 잘난 척과 자신감의 한 끗 차이라고 할까? 예전의 잘난 척은 시기와 질투 또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양날의 검처럼 말이다. 물론 시기와 질투가 조금 더 비중 있긴 했다. 그래서 잘난 척은 부정의 느낌이 강한 단어였다.
"Flex 해버렸지 뭐야"
자신감의 표현으로 들린다. 잘난 척과는 결이 좀 다르다. 잘난 척은 본인이 인지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자신을 인정하는 표현이다. 인정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듣는 사람의 기분보다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말로 들린다. MZ세대라 불리는 요즘 세대들의 성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겸손과 양보가 미덕이라고 배웠다. 모난돌이 정 맞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군대 가면 잘하지도 못하지도 말고 딱 남들처럼만 하라 했다. 무의식적으로 '돋보이는 것에 반감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처럼만'이라는 의식이 잠재되다 보니 사회에 나와서도 조심스럽게 됐다. 스스로의 강점을 표현하기보다는 남이 인정해주길 바라는 것, 나를 드러내는 것에는 조심스러우면서 남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에 대한 갈망을 했다. 조직사회에서 그것의 표현이 직급과 직책이다. 나를 낮추고 상대방, 정확히 말하면 상급자를 높여주는 그런 것들은 어찌 보면 우리 속에 내재된 '튀지 말자'라는 의식의 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대가 변한다는 것은 의식이 변하는 것과 같다.
예전의 자기 PR시대와는 또 다른 듯하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세대는 다르다. 자신감과 자만감의 경계에 서 있다는 것이 아닌 그런 틀 자체를 생각 안 하는 것 같다. 틀이 없다 보니 자유롭고 자신의 생각 표현에 좀 더 적극적이다. 아니 표현이 정직하다. 그래서 'Flex 해버렸지 뭐야'가 잘난 척이 아닌 자신감으로 들린다. 나름 격동의 시대와 변화의 시대를 겪으면서 깨어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돌이켜 보면 사회에 적응하며 그 부분이 많이 희석된 듯하다. 그래서 지금의 세대가 부럽다.
물론 조직과 사회에 적응해 나가면서 변할 수 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Flex 해버리는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면 지금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정직한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준비 중인 일이 MZ세대와 관련이 있다 보니 더 관심이 가고 이해하고 싶다. 그러면서 그때의 나는 어땠는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반추해본다. 그리고 물리적인 나이를 제외한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을 막 하는 것이 아닌 해야 할 말을 하고 싶다. 해야 할 말에 정직함과 예의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감이 될 것이고 자신감은 일을 시작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나도 Flex 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