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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Nov 05. 2023

영화를 보고 書 책을 보고 書
"용호문"

"용호문"


2007년도 극장에서 일할 때만 해도 필름영화관이 더 많았다. 디지털관도 있었지만 필름을 돌리는 상영관이 있었다. 개봉 전날 필름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름 테스트를 해야 했는데 일명 "필테" 시간이었다. 모든 영화가 끝난 새벽에 필테를 하는 그 감성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 큰 스크린을 독차지했다는 기분이란...

마감 근무를 끝내고 그날의 필테는 '용호문'이었다. 큰 흥행을 하지도 못했고, 이런 영화가 개봉을 했었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영화관에서 사라진 영화였다. 내가 좋아하는 견자단 형님의 그 말도 안 되는 머리스타일이란...


영화는 시대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절벽을 날아가던 홍콩영화에서 빌딩 사이를 헤집고 날아갈 것만 같은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정의를 수호하는 용호문에 얽힌 형제의 우애와 선과 악이 명확한 시원한 액션이 잘 버무려진 액션영화이다. 우연을 가장한 인연과 슬픈 짝사랑을 가장한 이뤄질 수 없는 인연을 추가함으로써 홍콩 액션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조합을 다 보여주는 영화이다.


마치 홍콩 당일치기 여행으로 Spot Point를 전부 가보는 짜릿한 일정이었는데 기억 남는 건 쇼핑한 기억밖에 없는 그런... 먼가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하지만 나는 즐겁게 봤고 재미있었다. 견자단 형님을 참 좋아라 하는 1인으로 그 기복 없는 액션 미학을 참 좋아한다.


나이를 들어감에 조금은 어색함이 있었지만 용호문에서의 견자단은 유감없이 액션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왕소룡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정의 구현은 의리와 형제애 그리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파란색 티에 녹여내었다. 바위에 스치기만 해도 아픈 나에게 주먹으로 벽을 부수고 현판에 손바닥 각인을 새기는 모습은 어렸을 적 홍콩 액션영화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내 추억을 건드리기엔 충분했다.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라는 공식에 다다르며 짧지만 추억을 소환하게 해 준 영화였고, 나름 재미도 충분했다.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액션과 열정을 보여주는 견자단 형님에게 항상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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