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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JI Jun 06. 2020

스트릿 브랜드 팔라스(PALACE)의 한 끗

브랜드 생각 한 줄

잘 나가는 핫한 브랜드엔 무언가 다른 한 끗이 있다.


그 한 끗은 브랜드의 가치관이나 캠페인을 통해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제품 그 자체에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까지 그 한 끗을 발휘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팔라스 스케이트보드
(PALACE SKATEBOARDS)
사진 <nss magazine>

팔라스(PALACE)는 스케이트보드 의류를 중심으로 성장한 영국의 스트릿 브랜드이다. 2009년 런던 출신의 스케이트 보더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던 Lev Tanju에 의해 설립된 팔라스는 뚜렷한 정체성과 런던의 스트릿 패션을 바탕으로 스케이트의 영역을 넘어 패션계의 주목을 받는 '힙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가 커지면 커질수록 만족시켜야 할 소비자층이 늘어나 힙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팔라스는 대중성과 브랜드 정체성 사이에서의 줄타기를 잘하는 현명한 브랜드 중 하나인 것 같다.


자유로운 스케이트 보더의 영혼뿐만 아니라 패션 소비자의 영혼까지 사로잡은 이 팔라스의 한 끗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나와 나를 빵 터뜨렸다.




팔라스의 제품 상세페이지, 사진 <palaceskateboards.com>


보통 온라인 스토어의 형식적인 제품 설명 대신, 제품과는 거의 무관한 재치 있는 농담들로 이루어진 팔라스의 제품 상세 페이지. 그 내용을 잠깐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상단 왼쪽부터 오른쪽 순으로).


MAD RASS 자켓

당신이 MADRAS 카레를 먹는다면

이 자켓을 입고

당신은 기본적으로

게임(미션)을 완수한 것이다

*MAD RASS는 힌디어로 미치광이를 뜻하고, MADRAS는 인도의 한 동부 도시 이름이라고 해요.


한 줄 요약: 당신이  미치광이 자켓을 입고 마드라스의 카레를 먹는다면 한마디로 게임 끝.


PERTEX PACKET 자켓

100%

나는 궁금하다

언제 술집(바)들이

할 것인지

재오픈을

다시


한 줄 요약: 나는 언제 술집들이 다시 재오픈할지가 100%(완전) 궁금해 (코로나 이후 많은 사람들의 심경을 대변)


P-LUX 문서 홀더

문서 홀더

에이 (아냐), 친구야

이건 노트북 케이스야

문서는

임원들이나 필요하지


한 줄 요약: 에이~ 친구야, 이건 문서 홀더가 아니라 노트북 케이스야. 문서는 임원들이나 쓰는 거고. 


MAD RASS 바지

(친구야) 너는 행운아야

살아있기에

괜찮은 바지 좀 사

넌 그럴 자격이 있어


한 줄 요약: 넌 살아있기에 행운이야. 그러니 넌 괜찮 바지 살 자격이 있어. 




품과도 상관없고 문법에도 맞지 않는 엉망진창(!?) 제품 설명에 나는 한참을 웃었다. 보통의 웹사이트라면 제품 상세페이지에, 면 70% 폴리에스터 30% 식의 소재정보나 핏, 디테일이 등의 자세한 제품 정보들이 쓰여있기 마련. 그러나 팔라스의 제품 상세페이지는 역시 한 끗 다르다. 아니, 한 끗이라기엔 아쉬울 정도로 많이 다르고 재미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보며 이렇게 웃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보통은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약간 슬퍼지곤 한다).


마치 요 앞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친구한테 제품을 보여주고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써 보라고 한 느낌이랄까. 제품 카피 작성이 직업인 분들이 팔라스의 제품 카피를 보면 말문이 턱 막히지 않을까 싶다 (어이가 없어서).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라스만의 자유롭고 무심한 영혼이 담긴 이 말도 안 되는 제품 설명나에게는 너무도 색다르고 센스 있게 다가왔다.


자신의 소비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브랜드와 품에 자신 있는 그들이기에 패기롭게 내놓을 수 있었던 그들만의 한 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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