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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JI May 17. 2021

철이 없었죠.. 승진에 집착했다는 자체가

독일에서 회사 다니기



2021년의 절반 가까이에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한 편.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를 잠시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1. 일 년이 훌쩍 넘도록 계속된 재택근무.

2. 그 덕분에 조금 더 길게 다녀올 수 있었던 한국에서의 겨울 휴가.

3. 휴가가 끝나기 무섭게 진행됐던 승진 시험과 면접.

4. 승진하기가 무섭게 투입됐던 신입사원 채용 프로세스.

5. 독일에서의 세 번째 이사.


...지난 5개월 남짓 나름대로 바쁘게 보냈다. 잠시 숨 돌리고보니 5월의 중간에 와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항상 간절히 바라던 것들은 의외로 허무하게 이루어지고, 또 금방 잊혀진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간절히 바랬지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나의 '승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처음 승진에 대한 고민은 약 일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사실 그때 나는 팀에 신입으로 들어온지 이제 막 일 년 남짓이 지난 시점. 아무도 나를 승진시켜줄 맘도 없고 자리도 없었을 때, 나는 어리석게도 아무도 시키지 않은 혼자만의 고민을 시작했다. 같은 시기 팀에 들어온 동료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등등 많은 생각이 그때 내 머릿속을 채웠던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그렇게 고민할 일도 아니였다. 그냥 기회가 왔을때 도전하면 되는 거였고, 도전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였다. 승진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말이다. 그때는 이 문제가 왜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졌었는지.


오히려 그때의 숱한 고민들이 그 순간 내 일에 집중하는데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고민을 한다고 승진을 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아닌데. 다 지나고 나서의 독백이지만, 간절히 바라는 것을 위해 순간순간 노력하고 있다면 결과에 대한 섣부른 짐작이나 미래에 대한 숱한 고민들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지 않을까.




독일에서의 승진 절차는 생각보다 체계적이였다. 이때까지 나의 승진 경험은 팀을 옮기면서 직급이 높아진 경우가 전부였기 때문에 팀 내에서의 승진 절차가 새롭게 다가왔다.


같은 팀에서의 승진 절차는 놀랍게도 다른 팀에 지원하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동료들은 회사의 공식 채용사이트를 이용해 해당 포지션에 지원하였고, 그 이후에 인사담당자와의 면접을 거쳐 승진 과제 그리고 실무진(우리팀 보스님들)과의 면접으로 지원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공식적인 절차가 끝나고 나는 마지막 면접 3일 후 승진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승진 소식에 대한 기쁨도 잠시 같이 면접을 본 동료들의 소식을 알지 못해 불안했던 한 주가 지나고, 나와 같이 입사한 동료가 안타깝게도 승진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놀란 마음도 한켠 참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승진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나니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깨달았고 또 동시에 그에 따른 부담감도 다가왔다.


그렇게 2주에서 1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문제의 승진 자리는 내 동료가 아닌 외부 인사의 채용으로 채워졌다. 이번에 팀 내 승진절차를 밟으며,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 승진이란 단순히 그동안 일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기 보다는 그 이상으로, 무언가 주어진 공식 절차를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더 잘 해내는 능력과 운도 필요로 하는 게 아닐까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과를 떠나서 다시 한 번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승진에 대해 집착하고 고민했던 그 시간들은 승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것.


나에게  다가올 간절한 목표는 무엇일까.


 목표가 생기면 이번엔, 목표에 대한 집착보다  목표에 다가가는  모습에  집중하며 뿌듯함으로  머릿속을 채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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