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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JI May 15. 2020

독일의 자율근무제 플렉스타임 (Flextime)

독일에서 회사 다니기


독일의 회사 문화. 두 번째 키워드는 플렉스타임(Flextime).


독일에서는 자율근무제를 플렉스타임(Flextime) 혹은 Gleitzeit라고 부르는데, 우리 회사를 비롯한 많은 독일의 회사들이 이 플렉스타임 문화를 갖고 있다.


플렉스타임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아~ 출근시간이랑 퇴근시간을 플렉시블 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구나 정도였던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고는 하지만, 계약서에 적힌 내 주당 근무시간은 39시간. 그러니 어쨌든 하루에 8시간 정도는 근무를 해야 하고, 퇴근을 5시~6시쯤 하려면 점심시간 1시간을 고려해 보통 8시~9시 사이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만 2년 반의 회사생활 후 나에게 있어 플렉스타임은 이제 단순한 출퇴근 시간의 조정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공식적으론,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스케줄링 시스템 또는 그러한 시간 자체라고 할 수 있지만 비공식적으론,


동료들의 행방이 묘연한 이유


where are you?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플렉스타임을 활발히 이용 중인 우리 팀 풍경


동료 A. 몇 시에 출근하는지 몰라도 8시~8시 반쯤 출근하는 나보다 늘 먼저 사무실에 앉아있음.
동료 B. 오늘도 10시가 다 되어 여유 있게 등장.
동료 C. 11-2시까지 회사 헬스장 갔다가 점심 먹고 들어오므로 그 시간엔 자리에서 찾아볼 수 없음.
동료 D. 11-12시 반까지 러닝 후 샤워하고 돌아와서 자리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함.
동료 E. 휴가 간다는 얘기 없었는데 오늘 안보임.
동료 F. 오후에 집에 수리공이 오기로 돼있어 오후 1시 퇴근 예정이라고 함.  
동료 G. 월수는 점심 요가로 자리에 없지만, 화목금은 동료들과 점심을 꼭 같이함.
동료 H.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딸 학교로 픽업을 가므로 3시 반 이후에 자리에 없음.


이렇게 우리 팀은 직원 수만큼이나 다양한 근무 스케줄을 갖고 있다. 플렉스타임은 단순한 출퇴근 시간의 조정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을 직원의 재량대로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응? 그러면 도대체 팀 미팅은 언제 하고 누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지?    


이렇게 다양한 근무 스케줄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서로의 캘린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캘린더는 다른 동료가 볼 수 있도록 미리미리 업데이트 해 놓으며, 매일 자리에 없는 시간이 있다면 매니저와 직속 팀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놓는다. 캘린더 업데이트는 이 자율근무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대부분의 경우 정확히 무슨 일로 자리를 비우는지 까지는 공개할 필요가 없고 그냥 그 시간대를 자신의 스케줄로 채워놓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미팅 주관자 입장에서도 어떤 시간에 어떤 직원의 시간이 비어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미팅 스케줄 잡기편하다.


직원의 수가 많은 경우 당연히 모두가 비어있는 시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경우 보통 다수가 가능한 시간에 미팅을 넣은 후, 그 시간에 다른 스케줄이 있었던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면 된다.


그 직원은 두 개의 스케줄 중 중요도를 따져 그 미팅에 참여하거나 혹은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물론 헬스장에 가야 해서 팀 미팅을 빠지는 일은 거의 없지만 많은 직원들이 11~1시 사이에 점심을 먹고 운동을 가므로, 그 시간엔 보통 미팅을 넣지 않는 것이 작은 센스이다.   



이번 달 내 플렉스타임은 -10시간 vs +10시간


플렉스타임은 단순히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스케줄링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조정이 가능한 시간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보통 매일 근무시간을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되어있는데, 예를 들어 8시~5시 반까지 근무하고 1시간의 점심시간을 가졌다면, 당일 근무시간은 8시간 30분으로 시스템은 해당 직원의 주당 근무시간과 근무일을 고려해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 시간을 계산한다.



나의 경우 계약서에 적힌 주당 근무시간은 39시간 근무일은 5일(월-금)이므로, 하루 근무시간의 기본값(default)은 7시간 48분이다. 따라서, 8시간 30분을 근무한 날은 +42분이 플렉스타임에 축적된다.


반대로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금요일 8시~3시까지 근무하고 1시간의 점심시간을 가졌다면, 6시간을 근무한 것이므로 -1시간 48분이 내 플렉스타임에 축적된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한 달 후 금세 -10시간 혹은 +10시간이 쌓이게 되는데, 이 쌓인 시간들을 가지고 본인의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스케줄 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회사에 보통 마이너스 시간엔 크게 관여하지 않지만, 플러스 시간은 독일 노동법과 연관되므로 철저히 관리하는 편이다. 플러스 40시간 이상이 쌓여 당해연도 연말까지 소진되지 않을 시, 해당 직원의 매니저는 인사부서에서 경고 메일을 받게 되고 그 시간을 바로 소진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플러스 시간을 소진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금전적으로 환산해 추가급여로 받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유급휴가로 대체하는 것이다. 보통 독일의 회사는 한국의 회사에 비해 추가 근무로 인한 추가급여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추가급여보다는 유급휴가 대체가 더 통상적인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유급휴가 대체가 좋은 이유는, 회사에서 기본으로 주어지는 30일의 휴가 외에도 추가시간을 쌓아 며칠의 휴가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7시간 48분이 쌓일 때마다 휴가가 하루씩 늘어나는 셈이다. 일을 하다 보면 바쁜 시즌이 있는데, 그때 일을 좀 더 하더라도 나중에 휴가가 늘어나는 셈이므로 억울한(!?) 느낌이 덜한 것 같다. 보통 이렇게 쌓인 추가 휴가는 금요일에 틈틈이 써 긴 주말을 보낼 수도 있다.



플렉스타임 문화의 장점 그리고 단점은?


이러한 플렉스타임 문화는 단순히 휴가를 늘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직원 간의 신뢰관계와 일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업무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개인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스케줄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팀원들은 그 개인의 스케줄을 최대한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문화에서 직원 간의 신뢰도는 오히려 올라간다. 또한, 자신의 신체리듬에 맞게 업무 시간을 조정해 더 효율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솔직히 아무 문제도 없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이런 때에는 팀에게 솔직히 말하고 일찍 집에 가면 된다.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무실에 앉아 있어 봤자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팀에서도 중요한 미팅이 있지 않는 이상 오히려 일찍 퇴근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본인이 집중이 잘 되는 시간, 일이 잘 되는 날, 그런 날 평소보다 일을 많이 처리해 두면 그만이다. 물론 그만큼 업무실적에 대한 책임 또한 개인에게 많이 주어므로 본인이 스스로 꾸준히 업무실적을 관리해 나갈 줄 알아 한다.


개인적으로 플렉스타임의 단점을 크게 느껴본 적은 없다. 굳이 생각해보면 아마 플렉스타임을 악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는 사례 등이 있지 않을까. 업무 시간을 제대로 입력하지 않거나 다른 팀원의 스케줄을 존중해 주지 않는 경우 등. 하지만 이런 경우를 실제로 본적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극소수의 이런 직원들은 반대로 다른 동료들의 존중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생활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내가 경험한 플렉스타임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고 건강한 근무 문화를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요소 중에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자율근무제 혹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이 더욱 커져 더 많은 기업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근무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독일의 회사 문화 첫 번째 편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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