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뭐죠? 3년 전 인턴쉽을 처음 시작했을 햇병아리 시절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한다는 건가?
인턴 동기들과의 점심시간. 내 보스가 그러는데 여기서 잘 적응하고 인정받으려면 Coffee Chat이 중요하대. 사수와의 1:1 시간. 인턴 때 별거 있나. Coffee Break 많이 가지고 동료들한테 Coffee Chat 신청해서 얘기 많이 나눠보세요.
응? 이쯤 되니 슬슬 궁금증이 불안과 약간의 짜증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아오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녔어? 복잡한 건 딱 질색인 내 성격상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사수와의 대화중. 조언 고마운데 대체 Coffee Chat엔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거예요? 일 얘기하면 되나요? 아니면 나를 어필해야 하는 뭐 그런 손발이 오글거리는 시간인 건가요?
아니~ㅋㅋ(웃음, 비웃음은 아녔기를),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요. 그냥 같이 근무하는 유진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 자연스럽게 알아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Ahhh okay, got it! (은 무슨 뭐라는 거야 대체^^)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중요하다니 일단 해보자. 워낙 고민하기를 귀찮아하는 성격 덕분에 일단은 커피 챗 초대를 내 상사와 동료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 오피스 아웃룩은 업무 미팅 외에도 커피 챗으로 하나 둘 채워지며 나의 초보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지금 돌아서 생각해보면 커피 챗은 일종의 네트워킹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아주 비공식적이고 편안한 네트워킹이랄까. 하지만 3년 전 내 사수가 나에게 왜 그냥 네트워킹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 커피 챗은 이제 이렇다.
나와 일하는 동료 혹은 일 해보고 싶은, 존경하는 동료에 대한 작은 관심의 표현
How are you doing.
커피 챗은 15-30분을 넘지 않으며, 일을 멈추고 동료(상사 혹은 후배님도 포함)와 만나 커피, 차 등을 마시며 보통은 일과 별로 관계없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일 얘기도 종종 하지만, 그 보다는 상대방이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또 나는 어떻게 지내는지 그것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려고 한다. 주말은 어떻게 보냈는지, 다가오는 휴가 계획은 무엇인지 (혹은 더 친한 사이라면 아주 사적인 고민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커피 챗으로 친해진 동료들은 일 할 때도 더 편안하다. 오히려 쓴소리, 싫은 소리를 하기도 더 편해진다. 사적으로 우리는 서로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관계이니까.
커피 챗에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사내에 멘토 혹은 (비공식) 내편이 생긴다는 점. 회사 생활하면서 고민되는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고민을 털어놓을 동료, 친구가 있다는 건 꽤나 든든한 일이다. 일 처리 방식이나 업무 결정사항에 대해 따끔한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에도 공식적인 미팅 초대를 보내는 게 부담스럽다면 가벼운 커피 타임을 가지고 그 주제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자. 커피 챗을 꼭 같은 팀 내에서만 가질 이유는 없다. 같은 부서가 아니더라도 같이 일해보고 싶은, 존경하는 혹은 단순히 그냥 친해지고 싶은 동료들에게 커피 챗을 보내도 좋다. 이 작은 관심의 표현이 나중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건강한 관계의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독일과 한국. 일 처리 방식이나 의사 결정 방식 등 많은 다른 점이 있겠지만, 내가 찾은 첫 번째 키워드는 사실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이 아닐까 싶다. 독일 회사이던 한국 회사이던지, 내가 같이 일하는 사람이 한국인이던 외국인이던지 회사는 사람이 일하는 곳이다. 사람이 일하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바로 이 사람들 간의 관계가 아닐까? 말이 잘 통하고 안 통하고를 떠나서 관심의 표현은 다~ 통한다고 믿는다. 이게 비단 독일 회사만의 경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커피 챗은 그 형태가 무엇이 되었든 당신의 소중한 동료, 상사에게 보내는 작은 관심의 제스처이다.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건 누구와 함께 일하고 있건, 그 사람들에게 당신만의 작은 관심의 제스처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