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모든 시작에 관하여
첫 번째 연울림, 시작
어렸을 때의 저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무언가를 빨리 배우는 편이었고, 새롭게 어떤 환경이나 개념에 적응하는 데에 드는 시간이 적게 들었기 때문에 ‘시작’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시작’이 주는 그 몰입감과 성취감은 권태로움에서 저를 꺼내 주는 좋은 처방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가 ‘시작’했던 많은 자잘한 일들은 소위 말해 ‘꿀만 빨고’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처음이 주는 신선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이 분야의 ‘탁월함’이 보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나는 한참 밑에 자리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거든요. 그리고, 그때쯤 항상 그만두고 싶어 졌습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기준이 낮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굉장히 낮은 수준의 것이었고, 그 수준을 빠르게 달성하고 나면 더 이상의 열정이 생기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저를 합리화시키면서 금방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참 많은, 잡다한 무언가를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잘’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로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어요.
시간과 실력의 관계를 그래프 형태로 나타내면, ‘계단’ 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나긴 슬럼프 끝에 오는 어느 순간의 깨달음으로, 실력이 갑자기 반등합니다. 제게 두려운 기간은 바로 이 ‘슬럼프’의 시기예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들은 언제나 고통스럽거든요. 마치 근력운동을 할 때 정말 힘들지만, 이 순간을 견뎌내야 근육이 붙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느낌처럼 말이죠.
그때에 저는 고민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할 때인가 아니면, 버텨내야 할 때인가를. 잘하고 싶기에 버텨내야 한다는 답을 내리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고 물었을 땐, 쉽게 답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왜 버텨내야 하는지, 스스로를 격려하지 않으면 자꾸만 과거의 습관이 튀어나와 새로운 시작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시작할 때의 마음과 동기가 중간에 사라지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인생에서 동기가 떨어져도 참고 견뎌야 하는 때와 과감히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때는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 걸까요?
참고 견뎌야 한다면, 어떻게 참고 견디는 것이 좋을까요?
또, 좋은 결과를 맺는 시작은 어떤 시작일까요? 많은 시작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결과까지 좋았던 시작은 드뭅니다. 결과가 좋았던 시작은 다른 시작들과 어떤 점이 달랐던 걸까요?
시작할 때는 많은 것을 고려하고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무작정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
여러분은 <시작>에 대해 어떤 고민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