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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리다 Jun 15. 2019

가치, 내 인생의 나침반

세 번째 연울림, 가치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선택의 매순간, 우리의 가치관은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겠지요. 그렇지만 누군가 나에게 가치관이 뭐냐고 묻는다면 의외로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충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헷갈리기도 하고, 알더라도 구체적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 시간에 따라 변화하거나 충돌하기도 하고요.



긍정심리학 분야에서 학문적 타당성을 비교적 인정받는 척도로 VIA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터넷 설문을 하면 미리 정해진 24가지의 강점들 중에 나에게 두드러진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저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 검사를 여러 번 해보면서 저의 ‘강점의 역사'를 지켜보았습니다. 4년의 시간 동안, 제 1등 강점은 ‘영성’에서 ‘심미안’, 그리고 ‘호기심’으로 변화했습니다.


‘영성’이 일등 강점이던 때의 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그러다 제 역사상 대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굳은결심을 하고 성당을 떠나게 된 것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움과 초월적 질서에 매료되었던 저의 강점은 ‘심미안’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뒤이어 일어난 두 번째 대사건은 휴학이었습니다. 단순한 휴학이 아니라, 하고 싶지만 못 하고 쌓아두었던 모든 것을 실천하기 위한 휴학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많은 일을 벌리고, 온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실전과 시행착오가 저의 즐거움의 원천이 되었고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어느새 제 강점도 ‘호기심’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의 “강점의 역사”가, “가치관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조금 우스워 보이기도 합니다. 강점이라는 건 선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타고난 능력이어야 할 것 같은데, 고작 생각에 불과한 가치관이 강점을 바꾼다니 말입니다. 이거야 뭐 강점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달린 문제이겠지만, 저는 이러한 관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타고난 능력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치관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고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면 저는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니까요.


하지만 나는... 당신의 아들.


제가 좋아하는 웹툰인 “이태원클라스”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온갖 시련이 주인공에게 무릎을 꿇으라 강요하지만, 아버지께 배운 대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 각오하는 대사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주인공이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인생이 만화 주인공처럼 시련으로 가득찬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언제 어떤 변화가 찾아와서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제 삶을 뒤흔들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에 제가 가진 많은 것들이 위협받는 상황이 찾아온다면, 저는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지키고 싶을까요? 지금 저는 그 가치관대로 살고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제 가치관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가치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기도 하고, 알아도 표현하기 어렵고, 가끔은 충돌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중요한 가치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조심스레 답을 내어보는 것은, 어쩌면, 불확실한 세상을 향해 나의 색깔을 선언하는 자그마한 반항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변해 왔고, 또 어떻게 변해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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