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 2회차, 내가 정말 감을 잡았을까?
평일 저녁에 모여서 그런지 팀원들이 많이 안 왔다. 오늘은 특별히 서울에서 코치를 맡아줄 이가 왔다. 팀원의 지인으로, 언젠가 우리 구단주와 술을 마시고 원주행이 결정됐다고 했다.(정말이지 **FC의 창시자는 대단한 사람이다. 이 많은 여자들을 풋살팀에 끌어들인 것만 해도…) 또 오늘은 타 팀에서 두 명이 특별 게스트로 왔다. 나는 후회가 되었다. 분명 지난 훈련이 끝나고 다음 훈련 때까지 혼자 깨금발도, ‘폴짝폴짝’도, 백스텝도 연습하자고(그래서 더는 망신을 당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는데... 마음먹은 걸 까먹고 말았다. 오늘도 온갖 망신이 줄줄이 대기 상태였다.
오늘 접시콘 대신 내 앞에 놓인 건 누군가의 반스 스니커였다. 얼마 신지도 않았는데 구제 운동화처럼 해진 내 것과는 달리 관리가 잘된 신발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누군가의 깨끗한 반스를 또 무참히 짓밟고 말았고, 죄송하다고 외치면서 또 폴짝폴짝 뛰었다. 다음번엔 내 반스를 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왜 다음번엔 잘해야겠단 생각은 들지 않았을까...)
오늘도 역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는데, 특별히 오늘은 이름이 아닌 닉네임을 소개했다. 구단주가 내놓은 제안이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 풋살장엔 산토스, 산체스, 미자 등등이 모였다. 우리는 애매한 호칭 대신 산토스! 산체스! 미자! 하며 서로를 불렀다.
경기 전 쉬는 시간에 나는 J와 함께 새로운 코치 ㅁ에게 패스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그 덕분에 발의 어느 부위로 패스를 해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이렇게 단언하는 건 훈련 중에 ㅁ이 "감 잡았죠?" "이제 감 잡으신 것 같은데?" 하며 재차 확인했기 때문에).
이날도 평화롭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팀을 정했고, 나는 ㅋ, ㅁ, 산체스와 한 팀이 되었다. ㅋ 말로는 산체스와 ㅁ이 있으면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다고 했다. 경기 중에 내가 다른 공격수들과 함께 우르르 골문 앞에 가 있으면, ㅁ은 가차 없이 미자! 내려와야지! 미자! 미자!! 미자……. 하며 미자를 불렀다. 나는 ㅁ의 눈치를 보며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오, 뭔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공이 저절로 내게 와서 붙고, 산체스와 ㅁ 그리고 ㅋ은 알아서 내 볼을 받아가는 것 같았다. 아니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들로 꾸려진 것 치곤, 너무 환상적인 팀 아니야?
이날 역시 쉬지 않고 뛰어다녔고, 시설 관리자가 시간이 다 됐음을 알리러 왔을 땐 너무 행복했다.
나는 이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고, 그날의 MVP가 되었다. 손 안 대고 코도 풀고 MVP도 되었다.(그런데 갑자기 MVP는 왜 생겨난 거지? 스윗한 감독님...)
2019년 8월 9일의 풋살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