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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풋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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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자 Aug 15. 2022

수중전  

이 비에 축구.. 축구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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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추석 연휴라 그런지 6명만 모였다. 그러다 S가 훈련 중 발목을 접질렸고, 다른 날과 달리 기운이 없던 S는 더 말수가 줄어들고 말았다. 그제야 내가 S에게 얼마나 의지했는지 알게 됐다. 언제나 힘들어도 파이팅을 외치고 춤을 추고(?) 노랠 부르고 분위기를 주도하던 S. 그가 다운되니, 팀 전체가 다운되는 것 같았다. 그에게 너무 미안했다. 언제나 그의 기운으로 즐겁게 운동했는데, 나는 그에게 받은 기운을 돌려주지 못하는 게 속상했다.      


오늘의 훈련

- 뛰어다니며 패스 주고받기

- 8자로 패스 돌리기

- 패스를 주고, 패스 받을 위치로 뛰어가기 

 


2019년 9월 15일의 풋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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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나는 훈련을 취소한다는 카톡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넌지시 “오늘 비가 그칠까요?” 하고 카톡을 날렸다.

의외의 카톡이 날아들었다. “3개의 날씨 앱을 계속 보면서 추이를 보고 있습니다.”

‘3개’의 앱을 ‘계속’ 보고 있다니... 그럴 바엔 그냥...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는 지켜보기로 했다. 카톡방엔 줄줄이 불참자가 나왔다. 나도 ‘불참합니다’ 대열에 합류할까 했지만 '어차피 취소될 건데 뭐하러..' 하는 생각에 훈련을 취소한다는 카톡을 기다리기로 했다.


두 시쯤 됐을 때 다시 카톡이 왔다. 지금보단 비가 잦아들 거라고, 그렇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수중전이 될 거라고. 지금까지 ㅋ의 예보가 맞아떨어진 적이 있었나? (없다.)

아, 비 와도 하는구나. 수중전을 하는구나. 훈련 시간이 다가올수록 비도 더 거세게 내게 다가왔다. 이 비에 축구.. 축구를 한다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차마 못 나간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나는 감기에 걸릴 걸 예상하고 훈련에 나갔다. ㅋ이 혼자 경기장 밖에 서 있었다. 나는 그저 웃었다. 공을 차 보니 데굴데굴 잘 굴러갔다. 나는 그저 웃었다. 곧이어 J가 왔다. 나는 또 웃었다. 감독님은 늦는다고 했다.(아니, 이 감독님이?) 우리는 셋이서 옹기종기 모여 몸을 풀고 알아서 콘 사이를 폴짝폴짝 뛰었다. 전속력으로 달리다 백스텝으로 돌아오는 훈련도 했다. 깨금발을 하고 있을 때 감독님이 왔었던가?


움직이면서 패스를 주고받는 연습도 했다. 서로를 부르며 패스를 하고, 패스를 받을 준비가 됐을 때 또 서로를 불렀다. 패스만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괜히 “ㅋ, 올라가! 올라가, ㅋ!” “쏴!!!” 하며 온갖 시뮬레이션을 했다. 이런 건 거의 내가 했다. 재밌잖아...



2019년 9월 22일의 풋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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