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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Apr 14. 2024

[명장의 팀 코칭] 필 잭슨 감독은 영혼을 코칭했다.

 팀 코칭 9 

필 잭슨 감독을 아시는지? 아마 모르는 분이라도 마이클 조던,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 코비 브라이언트, 샤닐 오닐의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는 이들을 이끌고 미국 NBA에서 11번이나 우승을 차지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우승 반지를 가진 감독이다. 시카고 불스와 LA레이커스 팀을 이끌며 한 번도 힘들다는 NBA우승을, 그것도 3번 연속하는 우승을 3번이나 한 명장이다. 


미국의 농구스타들은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고, 돈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벌며, 자존심도 강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수가 감독을 보이콧하거나 팀에서 쫓아내는 경우도 있다. 사실 마이클 조던은 실력만큼 쪼잔한 농구 황제이고, 함께 뛰었던 2인자 스카티 피펜과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샤닐 오닐은 자칭 Most Dominant Ever라고 주장했고, 코비 브라이언트는 리그 역사상 가장 자기주장이 강한 농구 덕후였다. 별명이 코트의 악동인 데니스 로드먼, 리그 역사상 최고의 돌아이라 불린 메타 센티포트아테스트 같은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이끌어 우승을 만들었다.



이런 마이클 조던이나 샤킬 오닐 선수는 필 잭슨이 아니면 팀을 떠났다고 했고, 악동으로 유명한 데니스 로드맨은 본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필 잭슨 감독을 소개자로 선택해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어떻게 그는 이런 존경을 받고,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을까?


그가 직접 밝힌 팀을 이끄는 11가지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안에서부터 시작하라 (Lead from the inside out)

변화의 시작은 외부에서 시작할 수 없다. 그 내면에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전까지의 감독들은 자신의 카리스마와 명령을 따라주기를 원했다. 물론 요즘에도 이런 감독들이 많다. 하지만 필 잭슨 감독은 선수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2.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접어라(Bench the ego)

누구든지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최대 목표를 일체감이 느껴지고 조화로운 팀을 만들려는 감독이라면 본인도 포함이다. 자신 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런 마음이었기에 선수들에게도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할 수 있었다.


3.     선수 각자가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도록 하라 (Let each player discover his own destiny)

사람마다 누구나 자신만의 운명이 있다. 그것은 감독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만 필 잭슨은 선수를 마치 기계 속에 톱니바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한 인간으로 보았다. 그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어떤 인간으로 성장해 나갈지를 생각하게 했다.


4.     자유에 이루는 길은 아름다운 시스템이다. (The road to freedom is a beautiful system)

자유와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그것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필 잭슨은 농구 운영에 있어 '트라이앵글 오펜스'라는 전략을 그 시스템으로 가지고 갔고 이는 선수단을 하나로 움직이게 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런 시스템은 팀 전원을 배우는 조직으로 변화시킨다.


5.     재미없는 일을 경건한 일로 바꾸어라 (Turn the mundane into the sacred)

그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목사였다. 하지만 목사의 아들인 자신의 신앙도 마음대로 만들지는 못하였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키기 위한 최대한의 환경 조성을 하는 것이다. 그는 재미없는 훈련이 의미를 갖도록 자신들만의 의식을 만들었다. 경기에 패했을 때는 인디언이 자신의 구역을 신성하게 하는 의식을 따라 하기도 했다.


6.     한 호흡 = 한 마음 (One breath = One mind) 

전술 변화보다 선수들에게 더욱 시급한 일은 마음속의 잡다한 소리들을 잠재우고 오로지 경기에 이기는 일에 집중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는 몰입과 집중을 위해 선수들과 명상을 하기도 하고, 훈련을 할 때 불을 끄고 어두운 코트에서 감각에 집중하며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는 서로 쳐다보지 않고도 패스할 정도의 수준까지 팀을 한 호흡으로 만들었다.


7.     성공의 열쇠는 측은지심이다. (The key of success is compassion)

그는 리더로서 선불교나 동양사상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내가 가르칠 것은 세 가지밖에 없다. 단순함과 인내, 그리고 측은지심. 측은지심은 사람들 간의 벽을 허무는 열쇠이다.” 그는 선수들을 볼 때 무엇보다 측은한 마음, 선수를 아끼는 큰 마음을 가지고 보았고, 이는 선수와의 벽을 허물었다.


8.     득점판이 아니라 정신에서 눈을 떼지 마라 (Keep your eye on the spirit, not on the scoreboard)

우리도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 "삼 형제에게 화살을 하나씩 주고 부러뜨려 보라고 하자 모두 부러뜨렸지만, 세 개를 주자 부러뜨리지 못했고, 아버지는 너희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절대 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했다. 대부분의 감독은 전술을 짜내느라 노력하지만, 그는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는 것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다.


9.     때로는 회초리를 꺼내 들어야 한다. (Sometimes you have to pull out the big stick)

불교에서 좌선할 때 졸거나 자세가 흐트러진 경우 ‘경책’이라 하는 나무 막대기로 어깨를 내리쳐 정신을 차리게 한다. 사람 착하기로 유명한 필 잭슨도 경우에 따라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감독이란 직업은 늘 사랑받을 수만은 없다고 한다. 평소에는 아무리 멋진 사람이라고 해도 때로는 선수와 팀을 위해서 빌어먹을 인간이 되어야 한다.


10.   미심쩍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When in doubt, do nothing)

어설프게 알고 있을 때 행동하지 마라. 그러다 꼬이는 경우가 더 많다. 어려운 상황에서 답이 무엇인지 모를 때는 오히려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머리와 마음을 텅 비워둘 때 오히려 복잡한 문제들이 잘 풀린다. 그다음에 마음에서 맞다는 생각이 올라올 때 그때 행동하면 된다.


11.   반지는 잊어라 (Forget the ring)

승리에 집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보게 된다. 승리에 집착하는 것은 패배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승리하는데 가능한 최선의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 순간을 즐기면 된다. 그러면 챔피언 결정전으로 향하는 여정도 훨씬 즐거워지고 결과도 따라오게 되어있다.



필 잭슨은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팀을 만들려고 했고, 팀의 수준을 최고의 단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설명하는 팀의 단계는 부족들이 발전하는 단계를 가지고 설명한다. 이는 데이브 로건, 존 킹, 할리 피셔-라이트가 많은 중소기업 및 단체적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 결과인 부족의 리더십 Tribal Leadership에 근거한다.


1단계 수준의 팀은 길거리에 있는 패거리와 같은 수준으로 절망과 적개심이 마음에 있고 ‘삶이 형편없다’는 집단적인 믿음을 특징으로 하는 수준이다.

2단계는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소극적인 적대감을 내보이는 냉담한 사람들이 넘쳐나며, 다들 ‘내 삶은 형편없다’는 생각을 하는 단계이다.

3단계는 사람들이 주로 개인적인 성취에 집중하며 ‘나는 위대하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움직인다. 이런 조직은 외로운 전사들의 집합체로 볼 수 있다.

4단계는 부족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는 위대하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못하다는 과도한 확신에 차 있는 단계다. 이런 부족에게는 강한 적이 필요하며, 적이 강할수록 이 부족은 더 강력해진다.

5단계는 아주 드물게 올라서는 단계로 ‘삶은 위대하다’는 순수한 경이감과 강한 확신을 특징으로 한다. 1995-1998 시즌의 시카고 불스가 이 단계에 올랐다.


모든 것이 평등한 5단계 문화는 4단계 문화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4단계는 3단계보다 나은 결과를 낸다. 이런 식으로 상위 문화가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 그는 자신이 맡은 팀들은 주로 3단계가 많았고, 이를 4단계, 5단계로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농구팀의 감독이었지만 늘 깨어 있으려 했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훈련도 더 완벽하게 하려 했고, 세상에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의 철학 안에 받아들이고, 활용하려 했다. 오죽하면 음악적인 요소까지 받아들여 팀의 선수 다섯 명이 움직일 때 마치 하모니와 리듬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했고, 이 수준이 되면 그들을 저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를 제대로 하는 것이며, 농구로서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 성장해 나갈 용기를 갖추면 챔피언 반지는 저절로 얻는다고 한다. 농구의 절대 반지를 11개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 믿어볼 만한 주장이다.


누구나 인생의 챔피언 반지를 끼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경기를 훌륭히 해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팀을 이끄는 리더라면 구성원을 한 사람으로 온전히 보고, 구성원 스스로 깨달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팀도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보고 성장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 방법을 깨달아 가며 팀을 한 단계씩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이 팀의 리더로서 성장하는 과정이고, 그것이 챔피언 반지를 얻는 방법이다.



(주)어치브코칭 대표코치

이형준 (joon@achievecoach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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