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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Mar 26. 2023

자의식과잉

  꽃샘추위가 봄의 문턱을 넘을 때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감기 꽤 심하다며 조심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때, 나도 어김없이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감기로 여러 일들에 지장이 생길까 봐 부리나케 병원을 찾았다.


  가장 아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병원이 4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가 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아이는 딱 희찬이(친조카)와 비슷한 나이의 귀여운 아이였다. 아이와 엄마는 엘리베이터의 오른쪽 층수를 누르는 버튼 쪽에 섰고, 나는 엘리베이터의 왼쪽 하단의 층수를 누르는 곳에 섰다.


  갑자기 꼬마 아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삼촌~ 삼촌~”


  나도 반가운 마음에 들뜨고 한층 업된 목소리로 말했다.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응 그래 삼촌이야, 안녕!”


  그러자 꼬마는 갑자기 뒷걸음질 치며 엄마 손을 잡더니 재차 나를 부르는 것 아닌가?

“으응 으응 아니야 아니야, 삼촌이야 삼촌”


  으응? 아니야? 삼촌?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가도,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눈을 맞추며 말했다.

“으응 맞아 맞아, 삼촌이야 삼촌 (아저씨 아니야)”


  그랬더니 그 찰나의 순간 꼬마의 엄마는 지금 현 상황이 무엇인가 잘못된 방향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을 인지한 나머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 혼잡한 대화를 교통정리하고자 하였다.

“3층이야? 3층? 맞아 우리가 가려는 곳이 3층이야.”


  순간 흐르는 3초 간의 정적. 그리고 땡 하며 열리는 엘리베이터의 안내 목소리.

“3층입니다.”



  이 엉뚱하고 황당한 대화의 내막은 이러하였다. 내가 가려던 병원은 4층 이비인후과였고, 그 꼬마 아이가 가려던 곳은 3층의 소아청소년과였던 것이다. 엘리베이터 왼쪽의 층수 버튼은 꼬마 아이의 시선에서 층수 숫자 확인이 가능한 비교적 낮은 위치에 설치가 되어 있었기에, 내 쪽을 바라보며 정확히 말해 내 쪽에 있는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의 숫자 3을 가리키며 3층을 말했던 것이다.


  세상에! 이거야말로 내 안의 중력을 강화하고자 열심히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내가 내 삶의 중심이야를 외치던 나의 자의식 과잉이 불러온 참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이 잠깐의 순간만이라도 나는 지구 평면설을 믿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엇이든 옛말에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응 그래도 삼촌이야, 아저씨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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