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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Oct 03. 2023

끝인상


  모두들 첫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첫인상에서 굳어진 이미지가 오히려 관계의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얼마 전 모 기업이 면접을 통해서도 훌륭한 인재 채용이 어려워 면접 전형을 폐지 또는 다른 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생각난다. 그렇게 선구안이 좋은 분들이 사람을 뽑아도 회사 내에 빌런이 걸러지지 않는 것을 보면 첫인상이 전부는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모로 경험컨대 첫인상보다는 끝인상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이직, 창업, 학업 등으로 회사를 탈출하고 있다. 업계 자체가, 아니 관계 자체가 좁아,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 모르는 게 인생 아닌가? 그렇기에 더더욱 사회에서는 어떻게 마무리를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생각보다 이 부분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당시에는 도원결의라도 맺은 듯했으나, 어느 순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일회성으로 끊겨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들의 선택이 아쉽다.


  때론 가벼운 인사 한마디가 경계의 벽을 허물기도 하는데 말이다. 최근의 일이다. 가을 햇살이 좋은 주말 오후 한강을 따라 조깅을 하고 있었는데, 반대쪽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다가오는 소리가 꽤 요란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 그래, 안녕!”


  보아하니, 반대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것 아닌가?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는 어느덧 한없이 무장해제되고 덩달아 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주변의 다른 분들도 하나둘 호응을 하며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들이 기특하기도 했고, 가벼운 말 한마디가 경계의 벽을 이렇게나 쉽게 허물수도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떠나는이 들에게 아쉬웠던 것은 ‘안녕하세요, 감사했어요.’와 같은 가벼운 말 한마디의 빈자리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 한마디면 충분했을 텐데 말이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고,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점과 맞물려 있다. 인생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연 같은 인연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그동안 내가 아쉬워했던 것만큼, 오히려 내가 머문 자리는 그들에게 기대로 넘쳐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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