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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킬러 Apr 28. 2020

<델마>억압과 통제를 벗어나 홀로 선 그녀

영화 <델마>

★★★☆☆

부모와 종교의 억압에서 해방된

오슬로의 마녀이야기



한 남자와 어린 소녀가 빙판을 걸어가고 있다. 둘은 눈덮인 숲으로 들어가 사슴을 발견한다. 남자는 사슴을 향해 겨누던 사냥총의 총구를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소녀에게로 향하지만 이내 총을 내려놓는다. 부녀로 보이는 두 사람, 만약 그렇다면 아버지는 왜 딸을 쏘려고 했을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경고 문구가 나와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더니 이어서 펼쳐지는 극의 도입부로 궁금증을 유발, 초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한다. <THELMA>라는 타이틀과 함께 잠깐 동안 지속되는 섬광에 별다른 발작은 없었으니 감광성 뇌전증 환자가 아님을 확인하며 계속 영화에 집중했다.   


평범해 보이는 여대생 델마는 학교 도서관에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후, 같은 학교 여학생 아냐와 서로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며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그녀는 발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뇌파검사를 받는 도중  아냐가 사라지는 모습을 본다. 실제로도 그녀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델마는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와 자신이 같은 능력을 가졌음을 확인한다. 


아버지는 자신을 자책하며 집으로 돌아온 델마에게 약을 먹이며 돕겠다고 하지만, 과거에 일어났던 끔찍한 사고를 알려주며 그녀의 안에 무언가 강력한 것이 있어 그녀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아버지에게 자신을 그냥 보내주면 안되냐고 묻는 델마. 그녀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가.        


어렸을 적 동생을 사라지게 했던 소녀가 성인이 되어 잊고 있던 자신의 초자연적 능력을 다시 발현한다. 부모와 종교에 의해 억압되었던 그녀의 본능이 아냐라는 욕망의 대상을 만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꿈틀거리게 된 것이다. 처음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부모에게 순응하던 델마가 신을 원망하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아버지를 해친다. 그리고 물속으로 들어가 빠져나올 수 없는 답답한 벽을 두드리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물 밖으로 나온 그녀의 입속에서 튀어나온 작은 새. 이제 그녀의 본능을 묶고 있던 족쇄는 풀리고, 그녀는 드디어 알을 깨고 진짜 세상으로 나왔다.


델마가 자신감 넘치는 눈빛을 하고 상상했던 것처럼 그녀에게 다가와 키스하는 아냐, 그리고 다정하게 웃으며 둘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그녀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더이상의 죄책감도 더이상의 발작도 없이 자신의 힘을 조절할 수 있는 그런 어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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